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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Sep 11. 2024

포스터를 통한 로컬 디자인의 실현

카멜앤오아시스

저마다 도시의 사막을 건너고 있을 낙타들에게 오아시스가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포스터 숍 카멜앤오아시스가 부산의 전포동에 문을 열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하효정, 아트디렉터 강태영 듀오는 단순히 아트워크를 판매하는 숍을 지양한다. 그들은 포스터를 매개로 지역에 활력과 각자의 취향을 발견하는 문화를 불어 넣기 위해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하는데 그 행보는 진정한 로컬 디자인, 그리고 커뮤니티 디자인의 실현에 더욱 가까운 모습이다. 이러한 이유로 작은 규모의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카멜앤오아시스가 꿈꾸는 ‘세계 최고의 포스터 숍’이라는 카피 라이트처럼 결코 작지 않음이 느껴진다. 동네 골목에 이렇게 근사하고 편안한 그림 가게를 둔 전포동 주민들에게 새삼 부러움을 느끼며 카멜앤오아시스의 하효정, 강태영 듀오와 더 깊은 가게의 이야기를 들었다.  

카멜앤오아시스 외부 파사드 | ©camelandoasis

카멜앤오아시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카멜앤오아시스는 일러스트레이터 하효정, 아트디렉터 강태영이 듀오로 구성된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로컬 포스터 브랜드입니다. 브랜드가 지지하는 하위문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로컬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고, 2020년 4월 브랜드 쇼룸에 해당하는 오프라인 숍을 부산 전포동에 오픈했죠. 온라인 숍이 시각적 매체인 포스터를 통해 문화적 취향을 표현하는 공간이라면, 전포동의 오프라인 숍은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는 공간입니다.

카멜앤오아시스 내부 전경 | ©camelandoasis

공간에서 두 분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나요?

하효정 작가는 카멜앤오아시스의 모든 아트워크와 온·오프라인에 사용되는 비주얼 소스를 창작해내는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작가로서 특이한 점은 자신의 브랜드이지만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그리기보다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고 그에 맞는 표현방식을 습득하는 데 집중하죠.


강태영 디렉터는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만들어갑니다.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 #DESIGN #PEOPLE #LOCAL #LIFE #MUSIC을 바탕으로 작가의 아트워크를 디렉팅하고, 공간 프로젝트를 기획해요. 작가의 아트워크와 더불어 디렉터의 사진과 글은 브랜드 이야기를 전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곤 하죠. 작업의 주제는 저희가 서로 캐주얼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게 주제가 정해지면 디렉터가 러프한 스케치와 스토리를 작가에게 전달하고, 작가는 자신이 해석한 1차 스케치를 그려봅니다. 1차 스케치를 바탕으로 제품 출시 여부를 결정하는데 보통 2차, 3차까지 수정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을 때는 스케치를 멈추고 해당 아이디어를 보관합니다. 반대로 수정하여 좋은 결과물이 나오면 제품 출시로 이어지고요.

카멜앤오아시스 내부 전경 | ©camelandoasis

쇼룸이 문을 열었던 2020년을 되짚어 보고 싶습니다. 왜 부산의 작은 동네, 이곳 전포동에 그림 가게를 열게 되었나요?

전포동은 부산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서면과 이웃한 동네입니다. 2, 30대가 주요 소비층을 이루고 있는 덕분에 하위문화(서브컬처)에 대한 관심과 니즈가 타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죠. 포스터를 구매하고 공간을 꾸미는 행위 역시 하위문화의 확산과 맞닿아 있으며, 그림 가게에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충돌할 수 있는 에너지가 모여드는 동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Better Than Cheese_치즈 없이는 살아도 음악 없이는 못 사는 친구들. 오늘도 슬쩍한 레코드를 머리에 이고 달립니다. | ©camelandoasis


16 Great Songs _70년 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는 16곡의 재즈 명곡들. 당신도 좋아하는 곡이 있나요? 우리 같이 들어요. | ©camelandoasis


Dance of 70s_1970년대 아프리칸 아메리칸 뮤지션들이 이끌었던 펑크, 소울, 디스코 음악에 대한 찬가와 앙리 마티스의 회화 춤의 재해석이 더해진 작품입니다. 음악, 춤, 패션에는 단어 없이도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 ©camelandoasis


꽤나 사연이 있어 보이는 부산의 갈매기, 사냥을 위해서 1,000km 거리를 한 달간 이동하는 여정을 표현한 남극의 아델리펭귄, 그리고 16가지 재즈 명곡을 표현한 포스터까지. 카멜앤오아시스에선 동물과 음악을 모티브로 한 포스터가 특히 눈에 띕니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이 시작됩니다. 작업 주제는 ‘시즌season’이라는 큰 타이틀을 통해 정해지는데요, 주제를 구분 짓는 챕터chapter의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Season 01은 ‘We all have our own stories’, ‘동물들도 우리가 모르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를 주제로 다양한 사연이 담긴 동물들의 그림을 소개합니다. Season 02는 ‘more music, more love’ 즉, 음악과 사랑을 이야기하죠. Season 03의 주제는 ‘Oh~ Lovely Busan’으로 부산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지금까지 강서구의 대저 토마토와 남천동의 벚꽃에 관한 그림들이 출시됐으며, 그 밖에 주제에서 벗어난 그림들은 Extra Season으로 구분해서 소개하죠. 동물, 음악, 부산 그리고 앞으로 새롭게 출시될 Season들까지 남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취향의 오아시스가 될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많은 포스터 중에서도 ‘Dance of 70s’이라는 작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1970년대 아프리칸 아메리칸 뮤지션에 대한 찬가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춤’을 재해석하여 그려낸 작품으로 솔soul 음악의 팬이라면 더욱 추천드립니다.


카멜앤오아시스에서 소개하는 부산의 로컬 작가 윤축복의 사진 포스터 | ©camelandoasis

카멜앤오아시스는 부산을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의 작업도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중 특별히 소개하고픈 부산의 작가가 있다면요?

카멜앤오아시스를 통해 정식으로 사진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인 윤축복 작가를 소개하고 싶네요. 그는 중남미 전문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입니다. 스쳐가는 여행객의 시선이 아닌 현지와 소통하며 사진을 찍는 작가의 사진에서는 지나치기보다 머물고 싶은 그의 시선이 느껴지죠. 참고로 작가는 쿠바에서 찍은 인물사진으로 전시회도 열고 사진집도 출시했어요. 지역의 작가들과 협업을 할 때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소통 능력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할 수 있는 일도 힘겨워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역 주민을 위한 카멜앤오아시스 앞 작은 쉼터 | ©camelandoasis

로컬 디자인 문화는 최근 디자인계의 주요한 화두입니다. 단순히 대도시 서울을 벗어났기 때문에 로컬 디자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닌, 진정한 로컬 디자인 스폿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카멜앤오아시스의 다채로운 활동은 자못 인상적인데요. 로컬 디자인, 로컬 서브컬처에 대한 카멜앤오아시스만의 관점을 묻고 싶습니다.

저희는 가게가 있는 동네, 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합니다. 카멜앤오아시스가 추구하는 로컬리즘의 범위는 다소 좁은 지역에 국한되어 있죠. 지금껏 로컬 디자인과 로컬 서브컬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주 소비층인 2, 30대를 제외한 지역주민들의 삶은 정작 아무 변화가 없다는 아이러니를 발견했어요. 그래서 광범위하게 로컬 프로젝트를 전개하기보다는 저희가 머물고 있는 이 동네에 좀 더 집중해서 폭넓은 접근과 변화를 꾀하고 싶었죠.


변화는 거창한 시도보다는 지속적이고 작은 시도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일례로, 저희는 동네 어르신들과 어린아이들이 편히 이야기하고 쉬어 갈 수 있는 의자를 가게 앞에 마련해두었어요. 저희가 준비한 의자에 사람들이 느긋하게 앉아서 쉬어가는 데까지 몇 달이 걸렸습니다. 대단한 것 없어 보이는 작은 변화조차 지역 문화에 온전히 스며들기 위해서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필요했죠. 이러한 작은 시도와 변화를 꾸준히 지속해 지역에 새로운 경험과 문화를 제공하려고 해요.

©camelandoasis

카멜앤오아시스의 관점에서 로컬이란,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과 더불어 가게 주변에 사는 주민들과 함께 생활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범위를 의미해요. 그리고 그 이상점은 ‘THE WORLD’S BEST POSTER SHOP’이라는 카피 라이트에 잘 나타나죠. 동네 꼬마 아이가 뛰어 들어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에 대해서 재잘대고, 주민들이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며 자신의 취향을 발견해나가는 곳. 이것이 카멜앤오아시스가 되고 싶은 ‘세계 최고 포스터 숍’의 모습입니다.

부산의 소품 컬렉터가 멕시코 전역을 돌며 수집한 현지 장인들의 공예품을 전시 및 판매했던 빔봄바의 팝업 숍 | ©camelandoasis

포스터를 소개하는 것 외에도 공간에서 어떤 프로그램들이 펼쳐지나요?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열렸으나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은 잠시 쉬어가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으로는 부산의 소품 컬렉터가 멕시코 전역을 돌며 수집한 현지 장인들의 공예품을 소개한 팝업 숍이 떠오르네요. 작은 멕시코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현지 장인들의 공예품이 전시되어 방문객들은 이색적인 물품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 됐던 시간이었어요. 부산 출신의 여행가가 쿠바 여행기를 들려주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요. 지역민들과 함께 쿠바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 사진을 포스터로 제작하고 전시하는 활동을 함께 했습니다.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는 퇴근 후 음악을 함께 들으며 수다를 나누는 ‘음악 듣는 밤’과 영화를 함께 보는 ‘영화 보는 밤’이 있습니다.

럭키베이커리 | © @_lucky_bakery 인스타그램

카멜앤오아시스의 SNS를 둘러보면 지역을 기반으로 함께 어울리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펼치는 친구 같은 브랜드가 참 많은 것 같아요.

이웃이라는 말에 ‘럭키베이커리’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이곳은 부산 수영구 광안종합시장에 자리 잡고 있는 사워도우빵집입니다. 오픈 날짜도 이틀 차이밖에 나지 않는 진짜 이웃사촌이죠. 서로 업종은 다르지만, 관심 분야가 같아 모이기만 하면 함께 하고 싶은 프로젝트로 밤새 이야기 나눠요. 만날 때마다 함께 로컬 빵을 기획하여 론칭하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있습니다.


이웃 가게 자랑이라고 하면, 빵집 오픈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마감 전에 솔드아웃되는 맛집이라는 것인데요. 맛있는 빵을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빵을 배워왔던 노력을 알기에 요행은 없다는 것을 몸소 알려주는 배울 점 많은 이웃입니다. 럭키베이커리도 빵집으로서 주목할 만한 로컬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가게인데요. 지역의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 지역에서 생산한 꿀도 빵과 함께 판매합니다. 장바구니를 가지고 오면 500원을 할인해 주는 제로 웨이스트 활동 또한 지속하고 있는 멋진 이웃입니다.

카멜앤오아시스 일러스트레이터 하효정, 아트디렉터 강태영 듀오 | ©camelandoasis

2019년, 도시의 사막을 건너고 있을 낙타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바람으로 온라인숍 카멜앤오아시스가 탄생했습니다. 2020년에는 전포동에 작은 그림 가게를 선보이며 오프라인을 통한 소통이 가능해졌죠. ‘세계 최고의 포스터 숍’이 되기 위해 앞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가제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주제 아래 코로나 팬데믹이 진행되고 있는 지난 1년간 기록된 그림, 사진, 글을 사람들로부터 공모 받아 카멜앤오아시스에 있는 액자에 전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에요. 보통의 이야기들이 전하는 사사로움에서 재미, 온기, 위로를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카멜앤오아시스 camelandoasis

운영시간 | 화요일 - 토요일 13:00–19:00

주소 |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전포대로162번길 23 1층    

SNS | https://www.instagram.com/camelandoasis/

홈페이지 | www.camelandoa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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