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공간 Flexible Space>전
<해머링 맨 Hammering Man>이 설치된 곳으로 잘 알려진 세화 미술관. 이곳에서 섬유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다채로운 경험과 예술적 영감을 선사하는 <FLEXIBLE SPACE 유연한 공간> 전시가 2018년 10월 19일부터 2019년 2월 24일까지 열린다.
주류 미술사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섬유 미술. 전시는 현대미술 작가 강은혜, 노일훈, 박혜원, 정다운, 차승언의 작품을 통해 섬유 미술의 예술적 가능성을 향한 비전을 제시한다.
주목할만한 점은 참여 작가들의 공간 연출력이다. 그들은 단순히 공간 안에 놓여 있는 작품이 아닌, 섬유의 물성과 전시 공간의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 어떤 소재보다 부드럽고 유연한 성질을 지닌 섬유는 작가들의 손을 거쳐 관람객에게 숭고한 감정을 주기도 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도 한다.
박혜원 작가는 사람이 집(자궁)에서 태어나, 한평생 집에서 살고, 작은 집(묘)으로 돌아가는 일생을 세 개의 집 형태와 이를 감싸는 하얀 실로 표현한다. 또한, 실 사이로 투과된 빛이 공간에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작품에 신성한 분위기를 더하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디자이너로도 잘 알려진 노일훈은 광섬유와 탄소섬유를 활용한 작품으로 공간을 연출한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포물선과 아치가 이루는 자연적 형상과 섬유에서 새오나오는 빛은 유연함을 넘어 황홀한 광경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 강은혜 작가는 면사를 통해 새로운 풍경을 그려낸다. 전시실 간의 통로를 관통하며 교차하는 면사는 공간에 깊이감을 더하는 동시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관람객은 면사의 사이사이를 걸어가는 공간적 경험을 통해 작가의 세계관과 직접 마주하게 된다.
작가들의 작업 외에도 전시 공간 구성 또한 작품 감상을 더욱더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각각의 작품은 관객의 동선을 고려한 가벽 연출로 서로 보이지 않거나, 일부만 보이도록 위치한다. 결국 관람자는 현재 위치에서 다음 작품의 모습을 알 수가 없고,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에 대한 흥미를 유발한다.
이처럼 소재를 다루는 작가들의 노련함과 입체적인 공간 구성은 전시 전체에 풍부한 공감각적 경험을 만들어낸다.
현대미술에서 비주류 매체로 인식되어온 섬유. 본 전시는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 섬유미술이 현대미술의 주요한 축이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유연한 공간 Flexible Space>
문의 | 02-2002-7787
전시 장소 | 세화 미술관(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68 흥국생명빌딩 3층)
전시 기간 | 2018년 10월 19일(금)~2019년 2월 24일(일)
(화요일~일요일 10:00 ~ 18:00, 매주 목요일 야간개관 10:00 ~ 20:30,
매주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입장료 |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