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방, ‘관’급 예술가들의 방이 되다 <서대문여관 아트페어>
서대문여관이라는 공간과 우리의 처지가 닮아있다.
두 작가의 자조 섞인 농담으로부터 서대문여관 아트페어는 시작됐다. 본 아트페어에서는 자신을 호텔급이 아닌 '관'급이라 칭하는 작가 80명이 모여,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공간 '서대문여관'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렇듯 아트페어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전시 공간은 어딘가 애잔한 마음이 들게 한다.
하지만 다소 짠한 아트페어의 배경과는 다르게, 전시 자체는 예술가들의 창작을 향한 치열한 고민과 열정 그리고 예술적 영감으로 가득하다. 작가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여관 내의 방, 화장실, 복도 등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방'을 전시한다. 이렇게 연출된 '예술가의 방'에서는 관급 작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호텔급의 수준 높은 페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작가들의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아트페어에서는 설치미술, 사진, 그래픽,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참여작가 백송이는 종교학과 한국의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이미지와 상징을 탐구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 아트페어에서는 전통 회화의 재료, 불교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기획된 인센스, 고려 불화 <아미타불 독존> 모사 등을 통해 다각적이고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예술가의 방을 연출한다.
이부안 작가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_01> 작업을 통해 '과거가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현실의 우리'를 표현한다. 특히 작품 제작을 위해 사용됐던 판을 함께 전시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 ‘판을 부식시키고 수없이 긁어내는’ 과정을 통해 빛바랜 기억 속 공간과 과거의 오브제들을 판에 새긴 후, 이를 종이에 찍어낸다. 이처럼 강도 높은 노동을 수반하는 작가의 창작 행위는 나의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작가들의 구성 외에도 본 아트페어는 공간, 작품의 가격, 컨셉 등 모든 부분에서 국내에서 열리는 대규모 아트페어와는 확연히 다른 언어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간다. 특히, 관람객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에 작품을 소장할 기회를, 신진작가에게는 대중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제공하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자신을 '관'급 작가라고 칭했던, 즉 예술계에서는 비주류 작가이자 신진 작가로 불리는 참여자들. 본 아트페어에서 예술적 기량을 한껏 뽐낸 만큼, 앞으로 그들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서대문여관 아트페어>
전시 기간 및 장소 |
1부 11월 2일~11월 11일 @서대문여관 @행화탕 일부
2부 11월 16일~11월 25일 @서대문여관 @돈의문 2층집 2채 12:oo~21:00
문의 | 7pictures.co.kr
참고 자료, 전시 전경 제공 | 7pictur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