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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un May 04. 2024

을지로 공장지대 속 정제된 화이트 큐브 공간

컨템퍼러리 아트 중심의 갤러리, 출판, 카페 <n/a>

n/a가 자리잡은 을지로 골목 | ©Kunhee Lee

금속 공장이 밀집한 을지로4가의 한 골목.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는 공장지대 골목 특유의 거친 외관과 금속을 가공하면서 나오는 소음은 이곳을 찾은 낯선 방문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이처럼 저채도의 회색 풍경으로 가득한 골목에 컨템퍼러리 아트를 소개하는 공간 <n/a>가 문을 열었다.

n/a | ©Kunhee Lee

소위 을지로의 ‘힙’한 장소들처럼 n/a 역시 발견하기 쉽지 않다. 번듯한 간판 하나 없는 n/a는 ‘근화금속’과 한 건물을 공유한다. 잿빛 골목에서 빛을 발하는 n/a의 하얀 출입문, 그 옆 구깃구깃 붙어 있는 전시 포스터는 공간에 잘 찾아왔음을 알린다.

n/a의 출입구 | ©Kunhee Lee

문을 열고 올라가는 순간,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기존 건물의 자재들이 그대로 노출된 거칠고 투박한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와 갤러리다운 정제되며 세련된 화이트 큐브 인테리어는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을지로인 동시에 을지로 같지 않은 역설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이와 같은 공간 연출을 통해 n/a를 운영하는 젊은 아티스트 ‘오진혁’ ‘박진우’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공간 및 전시 전경 | ©Kunhee Lee
공간 및 전시 전경 | ©Kunhee Lee
흡연실 | ©Kunhee Lee

n/a에서는 개관전 <ANGIE’S FIRST MARRIAGE>가 지난 2018년 11월 23일부터 2019년 1월 20일까지 열리고 있다. 포토그래퍼 나인수의 개인전으로 동명의 사진집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 전경 | ©Kunhee Lee
전시 전경 | ©Kunhee Lee

“그녀에게는 아들 Alex와 딸 Mia, 그리고 2년째 결혼 얘기가 오가는 남자친구가 있다. Alex의 아빠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Mia는 종종 친아빠를 만나지만 같이 살지는 않는다. (…) 그들이 원하는 건 단순했다. 미국산 스포츠카, 호수에서 낚시할 수 있는 작은 보트, 그리고 TV. 아주 아주 큰 TV. 그런 게 인생에 있었으면 했다. Angie가 원한 것도 단순했다. 그녀는 결혼을 원했다. 그게 다였다.” 이는 <ANGIE’S FIRST MARRIAGE> 설명글 일부로, 나인수 작가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Angie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지극히 단순하고 평범한 삶을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그들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전시에서는 이러한 작가의 시선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전경 | ©Kunhee Lee
전시 전경 | ©Kunhee Lee

본 전시 이후에도 n/a는 페인팅 등 다양한 장르의 전시와 출판 프로젝트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도 그들이 을지로 공장지대에서 전개해나갈 아티스틱한 순간을 기대해본다.

내부 전경 | ©Kunhe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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