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디자인 ABC>전
폴란드의 디자인 문화는 그들의 짧지 않은 디자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918년부터 2017년까지 폴란드 디자인 100년사를 상징하는 디자인 오브제 100점을 소개하는 전시 <폴란드 디자인 ABC>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열린다.
본 전시는 한국-폴란드 수교 30주기와 롯데백화점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며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치 문화원에서 기획했다. 그디니아, 베를린, 부다페스트, 부쿠레슈티, 자그레브, 비엔나, 불가리아 플로브디프 등의 도시를 거쳐 서울에 상륙한 ‘폴란드 디자인 ABC’는 전형적인 디자인 요소가 담긴 가구, 유리, 도자기, 어린이 장난감, 스쿠터 등의 프로덕트 및 크래프트 디자인부터 서체, 로고 등의 그래픽 디자인까지 총망라한다. 이처럼 엄청난 양의 디자인 오브제들이 가진 저마다의 스토리를 이해하며 전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넉넉한 시간을 갖고 관람할 것을 추천한다.
디자인 오브제들은 시대순으로 전시되어 폴란드 디자인이 어떤 흐름으로 현재에 이르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바우하우스의 그것처럼 기능적이면서 합리적인 형태를 지녔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선 폴란드 디자인만의 독특한 색감과 형상이 인상적이다. 기자가 전시를 관람하며 기억에 남았던 세 가지 오브제를 아래 소개한다.
‘페마 Fema’는 폴란드에서 대량 생산된 최초의 헤어드라이어이자 사회주의 시대에 상업적 성공을 이룬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풍부한 갈색, 또는 체리색의 플라스틱 재질과 독특한 제품의 형태가 인상적인 페마는 모든 폴란드 가정에 하나씩은 있었던 기기로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우아한 헤어스타일”을 약속했다. 게다가 1964년도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과열의 위험이 있는 경우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특수 기능도 있었다.
폴란드는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서도 주목할 만한 디자인 유산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1929년 유대계 폴란드 디자이너 얀 레비트 Jan Levitt가 세계대전 동안 바르샤바에서 디자인한 ‘하임 글씨체 Chaim Font Style’는 모더니스트적이고 기하학적 형태가 눈에 띈다. 현재 하임 글꼴은 이스라엘 모든 도시의 간판과 포스터에 사용되며,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글꼴 스타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래적인 디자인의 ‘제피르 Z-21 선풍기 Zefir Z-21 Fan’도 빼놓을 수 없다. 1965년 생산된 제피르의 냉방 기술은 폴란드 사람들 사이에서 최고의 것으로 치부되었다. 심지어 사람들은 선풍기가 필요 없는 시원한 날에도 종종 장식품으로 제피르를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도 제피르는 현대 폴란드 디자인의 보석 중 하나로 손꼽히는 상징적인 존재다.
한편, 오브제 외에도 폴란드 디자인 100년사를 연결하는 폴란드 일러스트레이터 25인의 작품들도 반드시 살펴야 할 섹션이다. 전시에 참여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은 폴란드 일러스트 학파의 거장부터 최근 학업을 마친 신진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었으며, 폴란드 디자이너의 100개 작품을 해석해 그래픽으로 표현한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결합하여 현대 폴란드 그래픽이 이룬 성과를 통해 폴란드 디자인 유산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처럼 넓고, 그리고 깊이 있게 폴란드 디자인을 조명한 전시는 흔하지 않다. 거친 역사 속에서도 자신들의 디자인 문화를 꿋꿋이 지켜내고 발전시켜온 폴란드 디자인이 궁금하다면 지금 전시장을 찾아보길 권한다. <폴란드 디자인 ABC>는 9월 6일부터 9월 29일까지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10월 3일부터 10월 27일까지 롯데갤러리 인천 터미널점에서 열리니 방문에 참고할 것.
<The ABC’s of Polish Design (폴란드 디자인 ABC)>
장소, 기간 |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2019/9/6~2019/9/29),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 (2019/10/3~2019/10/27)
관람시간 |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 10:30 ~ 19:00, 백화점 휴점일 휴관 /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점 10:30 ~ 20:00 (금~일요일은 20:30까지), 백화점 휴점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