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산책
어쩌다 가게, 어쩌다 집, 어쩌다 책방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간과 소비문화를 만들어 온 ‘어쩌다 프로젝트’가 몸과 마음의 산책을 위한 공간 ‘어쩌다 산책’을 동숭동 대학로에 열었다. 이번 공간 역시 지난 어쩌다 프로젝트의 브랜드 공간처럼 지역의 맥락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존재한다. 독특하게도 간판은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으며, 어쩌다 산책으로 내려가는 계단 앞 작은 화분이 공간에 잘 찾아왔음을 소리 없이 알릴 뿐이다.
서점ㆍ카페ㆍ프로젝트 룸 총 3개의 공간은 물리적인 분리 없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연결한다. 특히 공간 전체에 균일하게 활용된 루버 Louver 마감과 그 사이로 비치는 은은한 간접 조명, 매끄러운 매장 경험을 유도하는 레이아웃, 그리고 공간을 채우는 조용한 음악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목적 없이 무용하며 아름다운 시간’을 선사한다.
김수진 어쩌다 프로젝트 디렉터는 공간 디자인에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
“‘물리적 산책’과 ‘정신의 산책’이 모두 가능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공간 디자인의 주제였다. 보통 공간은 실내를 중심으로 조직되지만 어쩌다 산책은 외부정원을 중심으로 서점과 카페, 프로젝트 룸이 하나의 공간처럼 구성되어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내부 공간은 루버 디자인을 통일적으로 적용하면서도 연속적인 수평과 수직의 모양이 리듬감을 낼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는 조명의 따뜻한 색온도만큼 책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콘텐츠 또한 인상 깊다. 매달 하나의 주제로 서점에서는 책을 큐레이션 하며, 카페에서는 그에 어울리는 시그니처 음료를 선보인다. 프로젝트 룸에서는 주제와 어울리는 팝업스토어나 이벤트를 기획한다. 매달 달라지는 주제는 어쩌다 산책에서 주목하는 사회의 키워드나, 시기별 이슈에 맞추어 선정한다.
10월의 주제는 ‘각자의 풍경’이다. 서점에서는 시대별로 달라진 한국문학의 풍경들을 소개하며, 카페 공간에서는 이 주제와 어울리는 Forest Tea Latte를 소개하고 판매한다. 또한, 프로젝트 룸에서는 일종의 ‘블라인드 북’인 프로젝트 <각자의 풍경>이 진행 중이다. 책의 제목과 작가 이름이 가려져 있고 책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글과 포장만 노출되어 있다. 책이 가진 느낌, 분위기만으로 각자의 마음에 와닿는 책을 발견해보자.
디테일이 돋보이는 공간과 섬세하게 기획된 프로그램을 경험하면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의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공간을 채우는 유무형의 모든 요소가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어쩌다 산책만의 아름다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도 어쩌다 산책은 조용히 읽거나 쓰며 사색할 수 있는 공간 운영에 집중할 예정이다. 대학로는 연극이나 공연으로 아침부터 밤까지 활기가 넘치는 동네이지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은 만큼, 어쩌다 산책은 숨어있는 비밀의 정원처럼 도심 속의 훌륭한 작은 도피처가 될 것이다. 또한, 작가와 대담을 나누는 ‘작가와의 산책’, 뮤지션과 대화하며 진행되는 ‘작은 음악회’, 국내외 단편 영화제 등 책과 글을 보여주는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 하니, 산책하기 좋은 가을 어쩌다 산책에서 목적 없이 무용한 시간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다 산책
위치 | 서울 종로구 동숭길 101 지하 1층
운영 시간 | 매일 12:00~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