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숍
을지로에 있는 나이스숍의 컨셉은 명확하다. 지속가능함을 목표로 여성 창작자들의 감각적인 작품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선보이는 것. 또한, 나이스숍은 작품 판매 외에도 여성 창작자 인터뷰, 기획 전시, 창작자와 콜라보레이션 상품 개발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쉴틈없이 생산한다.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결코 작지 않다. 나이스숍 공동대표 김은하, 윤장미를 통해 가게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나이스숍 공동 대표
-나이스숍을 운영하는 디자이너분들의 소개를 부탁한다.
‘나이스프레스’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김은하, 윤장미라고 한다. 원래는 김은하 디자이너 홀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해오다가, 2018년 나이스숍을 시작하면서 윤장미 디자이너가 합류했다. 현재 김은하 디자이너는 디자인 업무 전반을 맡고 있으며, 윤장미 디자이너는 콘텐츠 제작과 매장 운영 전반을 돌본다. 간단히 정리하면, 디자인 스튜디오 나이스프레스가 운영하는 편집매장이 나이스숍이다.
-여성 창작자들의 작품을 전문으로 선보인다는 콘셉트는 매우 직관적인 동시에 신선하다. 가게의 전반적인 콘셉트와 운영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에는 스스로(김은하 디자이너)를 프로모션하기 위한 공간으로서 숍을 열었고, 그다음은 알고 지내던 창작자를 소개하고픈 마음이 컸다. 나이스숍은 우리의 상황과 비슷한 창작자들, 그러니까 가능성은 있지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 시장 진입에 장벽도 느끼고 있는 분들을 세상 밖으로 더 끄집어 내고자 한다. 특히 30대 여성으로서 비슷한 상황에 있는 창작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는다. 자본의 문제, 체력의 문제, 사회적으로 그 나이대에 요구받는 역할의 문제, 심지어 결혼과 출산의 문제까지. 이런 것들이 자꾸 그들을 창작에 몰두하기 어렵게 만든다. 나이스숍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이스한 창작품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를 소개한다.
-을지로에서 편집매장을 운영한다.
교통이 매우 편리한 지리적 이점과 많은 창작자들이 이곳에 포진해있다는 환경이 좋았다. 을지로이기 때문에 잘 찾기 힘든 3층에서도 가게를 열 수 있었던 것 같다. 을지로에서는 가게를 찾는 여정도 하나의 흥미로운 경험으로 여겨지니까.
-나이스숍은 온라인 판매도 진행한다. 디자이너로서의 활동과 가게 운영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정말 어렵다. 나이스숍을 오픈한 이후로는 거의 365일 일하는 느낌이다. 쉬고 있어도 한편에서는 숍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디자인 업무와 매장 운영을 정신없이 하다 보면 어느새 1년이 지나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2명이 운영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일요일은 무조건 딱 지키면서 쉬고 있다. 홍삼으로 버틴다.
-건물 구조도 특이하고, 공간이 작지만 잘 구획된 인상을 받는다.
건축사무소 플로라앤파우나를 운영하는 여성 창작자 ‘이다미’님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간 구획의 방향이 디자인의 시작이었다. 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긴 한데 천장까지 닫기는 답답하고 그렇다고 가벽으로 벽과 바닥에 붙여버리면 후에 철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결국 가구와 벽이 같이 붙어있는 형태로 진행됐다. 시선을 가리는 벽의 역할을 하되 중간의 가구를 바퀴로 여닫거나 끝에 있는 테이블을 접어서 숍과 사무실이 닫힌 정도를 조절할 수 있게 했다. 궁극적으로는 숍의 얕은 공간이 손님을 맞이할 때 그 공간의 끝과 경계가 한눈에 드러나지 않고 계속 모서리를 만들어내는 컨디션이 되게끔 했다. 숍 공간의 규모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또한, 6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구조가 특이하다. 계단이 있을 것처럼 비스듬하게 기운 천장 위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 최초에는 계단이 있었겠지만 건물이 오랜 시간 흐르면서 쓰임에 따라 구조가 계속 바뀌었다. 기능적으로 쓸모 없는 부분이지만 이를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냈다.
-소개 작품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나이스숍에서 관심이 가는 창작자가 생기면 그분이 어떤 작업들을 하는지 SNS 등의 활동을 유심히 지켜본다. 그러다 나이스숍의 톤과 잘 맞을 것 같으면 미팅을 갖고 입점을 제안 드린다. 또한, 공간 사이즈가 작다 보니 작품이 너무 크지는 않을지, 공간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나이스숍이 추구하는 가치와는 잘 맞을지 고려한다. 아쉽게도 패션은 다루지 않고 있다. 의류가 들어오면 마네킹과 함께 공간에 너무 큰 부피를 차지하게 된다. 굿즈의 느낌으로 티셔츠 정도는 온라인에서 소개하고 있다.
-선별한 작품 중 특히 주목할만한 것이 있을지?
형형색색의 조립식 초를 만드는 브랜드 ‘에어슬랜드’의 김수연님 작품이 인기가 많다. 목공 브랜드 ‘pmg studio’의 제품도 깔끔하고 완성도가 높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2018년 7월에 나이스숍이 문을 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1년의 시간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다.
매장이 을지로에 있다 보니 가게의 콘셉트를 모르고 방문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나이스숍에서 타일은 취급하지 않는지 물어보는 분도 있었고, 조명 가게인 줄 알고 오신 분도 있었다. 전기 배선 공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큰 사이즈의 조명들은 없는지 조명과 전기에 관한 여러 가지 것들을 질문하고 가신 분이 기억에 남는다.
-비정기적으로 여성 창작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자체 기획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나이스숍에서 오브젝트를 소개하는 것 외에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여성 창작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발행하고 있다. 총 6명의 작업자 인터뷰 글을 단행본으로 제작해 올해 열리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여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나이스유니온’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나이스숍과 함께하는 창작자와 공동기획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창작자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다. 첫 번째 나이스유니온으로 금속 액세서리를 작업하는 ‘서울 메탈’과 새로운 형태의 식기류를 제작하고 있으며 곧 릴리즈할 예정이다. 선주문 후 제작 방식으로 진행된다.
-앞으로 나이스숍의 계획이 궁금하다.
앞서 언급한 나이스숍과 함께하는 여성 창작자와 협업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나이스유니온’ 프로젝트를 점차 확대시킬 계획이다. 이것이 결국 나이스숍만의 차별점이 되고, 더 나아가 창작자에게도 성공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이스숍의 운영 일자를 정리해달라.
을지로3가역 1번 출구에서 50미터 정도 직진하면 1층에 안경원이 있는 건물이 있다. 그 건물의 3층이 나이스숍이다.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가게를 연다. 온라인숍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소개하는 제품과 함께 나이스숍에서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온라인 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
나이스숍
위치 | 서울 중구 을지로 99-1 301
운영 시간 | 목~토, 1pm~7pm
shop.nicepres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