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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을 넘어온 하얀 찔레꽃

꿈을 꾼다

by 고영준SimonJ

비 갠 하늘만큼 깨끗한 날 아침 작은 텃밭에는 예쁜 손님이 찾아왔다. 잡초가 밭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담장에 망을 쳐놨는데, 찔레 넝쿨이 아랑곳하지 않고 제 집인 양 담장을 타고 이리저리 가시가 있는 가지를 뻗더니 하얀 꽃을 선물해 주었다. 찔레도 튤립처럼 밤이 되면 꽃잎을 모아 꽃술을 보호하고 해가 나면 활짝 핀다는 것을 이놈에 취해 자주 보다 알게 되었다. 어둠이 올 때 숨고, 자신의 핵심을 지키는 자연의 이치가 놀랍다. 자신을 지키려 다른 것을 해치려 하지 않는다. 다만 이곳에는 아무렇게나 얽히는 무질서와 질서가 공존한다. 5월 18일 아침이다. 가슴 아픈 기억이 있는 날이다. 희생된 모든 분들의 넋을 위로하며 잠시 기도를 올리고, 밤새 내리던 비가 그친 아침 하늘은 아무 걱정 말라는 듯 내 한숨을 받아 냈다.

꿈을 꾼다. 내일을

꿈을 꾼다. 그 먼 날의 나를

꿈을 꾼다. 사랑하는 이의 안녕을

꿈을 꾼다. 이 땅의 안녕을

꿈을 꾼다. 희망이 없는 곳에 내밀었던 손길이 내일의 나이길

꿈을 꾼다. 나의 기도가 끊기지 않기를

언젠가 담장을 넘어온 찔레는 철없는 어울림으로 아무렇게나 떼쓰며 가지를 뻗은 욕심으로도 하얀 꽃을 피우며 무료한 담장을 지켰다. 텃밭엔 상추가 자라고 가지와 고추 등 필요한 몇 가지 채소들이 자라고 있다. 이들은 작은 자신의 영토를 보호받으며 잘 자라고 있다. 찔레는 담장을 지켰지만, 그 작은 영토의 어떤 생명도 자신을 위해 그 날카로운 가시로 찌르지 않았다.


하얀 찔레가 담을 넘던 날 Simo은 또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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