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여전히
입추가 지난 바로 다음날의 아침은 경쾌했다. 아침 마당을 서성이며, 이리저리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치우고 잡초도 뽑으며, 분주한 듯 돌아다녔다. 텃밭에 익어가는 참외는 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내가 이리도 부산하게 움직이는데도 담장 옆 이웃집 대추나무에서 쉬고 있던 나비는 움직이질 않았다. 멋진 날개를 확 펼친 채 도도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자세히 보니 오른쪽 날개가 찢긴 상태였다. "어디서 상했을까?" 잠시 생각에 젖었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은 보인 그대로 상처는 입었어도 그 자태는 스스로의 자존감을 뽐내고도 남았다. 마치 거친 전장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쉬고 있는 장수의 모습 같기도 하고, 위용을 담은 고요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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