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세월-
정원등 하나 둘 켜지면, 집으로 돌아올 마음과 걱정이 마당 한가득이다. 모두가 돌아온 집안은 이리저리 분주하게 하루를 살아낸 각자의 영웅담에 돌아올 식구들을 기다리던 정원등을 잊는다. 누군가는 모두의 얘기를 하나하나 듣는다. 그리고 들었었다.
투닥투닥 함께였던 동생과 엄마에게 하루를 고하던 날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다. 새사람을 맞이하고 동생이 자기만의 마당을 갖던 날 우리 집 마당은 허전해졌다. 먼발치에서 가끔 안부를 묻고, 또 매일 전화를 하기도 한다. 이제는 정원등이 켜지면 각자의 마당에서 불을 밝히고 돌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며, 자신의 얘기가 아니고 그들의 얘기를 듣는다. 하루 종일 기다린 사람의 얘긴 짧은 안부가 전부다.
형제의 얘기 자매의 얘기 그리고 부모님과 새로운 탄생의 축복과 이별 모두 한 마당에서 시작됐다. 그러니 잊지 말자. 그리움의 그곳을! 명절이다. 사촌과 친지들 조카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오랜만에 봤으니 얘기 보따리가 많아야 하는데, 짧은 시처럼 그렇게 요약이다.
시간이 더 가면 정원등이 켜진 마당이 기다리는 사람들은 조금씩 변할 거다. 새로운 누군가가 부지런히 대문을 열고 들어올 마당은 모두 다 안다. 그들의 이야기를.
우애가 깊은 동생과 부모님의 백발이 더 힘없어져 갈수록 어린 시절의 마당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잡을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며 새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어린 친구들을 보며,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마당 한구석에 묻어둔다.
설날 아침엔 마당이 엄마 머리처럼 하얬으면 좋겠다. 모두의 풍요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