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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Jul 20. 2016

아는 위험에 마음을 건다.

진짜 어른이 되는 법

유아의 위험 학습에 대해 배웠던 게 생각이 난다.


세상을 처음 접하는 아기는,

어른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위험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다.

그래서 날카로운 물건에 손을 뻗고,

난간으로 기어가고, 해로운 것을 입으로 집어넣는다.

그럴 때, 고통을 경험하거나,

어른들이 무서운표정으로 '애비 애비'하면서 일러주면

그제서야 . 아 이건 위험한 거구나.

하고 인지를 하는 것이다.

강아지를 만졌다가 날카로운 이빨에 물리고 나면,

개 모양으로 생긴 것들이 위험인자로 학습되고

그 이후에는 아무리 귀여운 강아지라 해도 무서워 할 수 있다.

만약에 개한테 물린 충격과 고통이 지나치게 심하다면

개와 비슷한 모든 것들은

일단 피하게 될 것이고 공포를 느끼게 되어

좀처럼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당연하게 생각해서

뜨거운 냄비는 행주를 대어 만지고

날카로운 것은 조심해서 만지고,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는다.

하지만 아기들은 '모르기 때문에' 만져보고, 경험하려고 하고

호기심 그대로 손을 뻗는다.


나는 아기 때, 원래 물놀이를 좋아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에서 놀다가 갑자기 깊은 곳이 나오는 바람에

짠물을 엄청 먹고 된통 당한 이후로는 물을 무서워 하게 되었단다.

바다에 가도 모래성만 쌓고 놀고,

수영을 배우게 하려고 수영장을 보내도

영 즐겁게 다닐 수가 없었단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부모님이 여름이면 항상 바다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다함께 수영장을 자주 놀러갔었다 한다.

엄마 아빠는 늘 내옆에서 내가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쁜 수영복과 귀여운 동물모양의 튜브는 물놀이에 대한 즐거운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결국에는 물놀이에 대한 즐겁고 친숙한 경험을 더 많이 쌓으면서

나의 공포는 이제는 내가 기억도 못할 정도로 회복되었다.

뿐만아니라, 지금은 '수영'이 내게 유일하게 자신있는 운동 종목이 되었다.

좀처럼 활동적인 것에는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내가 말이다. (대다나다!!)



나는 어른이긴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초심자여서

모르는 공포에 대해서는 아이처럼 손을 뻗는다.

하지만 조금 소심한 어른이어서,

한번 맛본 상처나 공포에 대해서는

좀처럼 경험하려 들지 않는다.

나를 상처줄 것 같다는 직감적인 판단이 들면,

온몸의 가시를 세우고, 경계하고 방어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어른들의 말이 씁쓸하게 와닿는다.

모르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것이 어쩌면 나를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모르고 시작했던 많은 일들..그래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


그런데, 정말로 현명한 어른이라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상처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다시 도전하고 회복하여

결국은 그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도 한다.

물론 나는..불안에도 불구하고 재차 도전하고 경험해야만

결국은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더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다면, 지금의 불안은 별 게 아닌게 될 것이다.


어릴 때, 부모님의 도움으로 물에 대한 공포를 극복했던 것처럼..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오로지 내 몫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내가 용기를 내고, 내가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모르는 위험에 손을 뻗는 것은 어린아이의 방식이고

나는 어른이니까,

아는 위험에 마음을 건다.

 


파도를 헤치는 서퍼처럼 그렇게,

용기있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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