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잇 아웃

아이는 언제나 약자다

소설 <페인트>

by 김혜령


부모를 선택하기 위해 진행하는 인터뷰 '페인트'

'페인트'는 NC의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를 선택하기 위해 진행하는 인터뷰(Parents interview)의 준말이다. NC는 아이들을 돌보는 국가기관이다. 여러번의 페인트를 통해 아이들은 부모를 받아들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 일종의 입양절차이지만 아이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 시스템만 봤을 때는 아이에게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책 표지에서도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현실과 다름없이 약자의 입장인 아이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NC에 있는 아이들은 이미 생물학적 부모가 포기한 아이라는 점, 또 누구에게라도 입양가지 않으면 성인이 되었을 때 'NC출신'이라는 낙인이 사회적 편견을 갖게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의 처지는 금수저를 이상화하는 현실과 다르지 않아보인다.

즉, 소설 속의 '가족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라고 보기 어렵다.


224951293.jpg 이희영 소설 <페인트>, 출처 YES24



아이들은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NC의 아이들은 좋은 부모를 만나 입양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페인트를 기다린다. 하지만 입양간 아이들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또 NC로 보내지지 않고, 생물학적 부모 밑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NC를 거쳐간 아이들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결국, 이런 문제들을 통해 저자는 현실의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페인트는 결혼 할 배우자를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남남으로 살았지만 가족으로 살아갈 사람을 찾는 것이다.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만나는 게 쉽지 않듯, 페인트도 쉽지 않다. 평생을 함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배우자와의 삶이 쉽게 깨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페인트로 함께된 가족도 그렇게 깨어진다.


그럼에도 아이를 낳기로 선택할 수 있는 어른은 갑이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 성장해가야 하는 아이는 약자다. NC의 아이들이 아무리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해도, 또 모든 아이가 언젠가 어른이 된다고 해도, 아이는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할 약자다.


대부분의 문제는 갑으로부터 생겨난다. 아동학대, 유기, 방임은 물론이고, 욕망의 도구로 자녀를 이용하는 것이나 정서적 착취도 흔한 문제다. 그나마도 다행인건 요즘은 그런 문제들이 어느정도 수면위로 올라온다는 것이다.



아이는 보호받아야 하며, 어른은 자신을 살펴야 한다

부모의 미성숙이 아이에게 얼마나 많은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지 사람들은 모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미성숙을 의심해보는 어른, 자신의 욕구나 결핍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어른은 많지 않은듯 하다. 아이가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할 약자이듯, 어른은 자신의 인격을 끊임없이 다듬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신과 타인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아이들을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제나 위험하다.


환경은 이전보다 더 위험해진게 분명한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한국사회가 반갑지만은 않다. 나 또한 숫자를 보태기 위해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다.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출산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자살율을 낮추는게 우선 아닐까. 특히 아동,청소년의 자살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되는지 관심이 높아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어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사회가 정말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출산율만 높이다가는 가까운 미래에 실제로 NC가 생겨야 할지도 모를 일.


아이를 아이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어른이 아이를 낳는 (have) 것 보다, 나아지는게(better) 우선이지 않을까.


다소 무겁긴 하지만, 이런 고민을 해볼 수 있다면 언젠가는 아이였던 부모, 언젠가 부모가 될 아이들, 아니 모두가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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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책에서 발췌.


부모는 낳아주었다는 이유로 모든 선택권을 갖는다. 아이를 직접 키울지, 아니면 NC에 맡길지. 반대로 우리는 아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불안정하고 불안한 존재들 아니에요? 그들도 부모 노릇이 처음이잖아요.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건 그만큼 상대를 신뢰한다는 뜻 같아요.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자기 약점을 감추고 치부를 드러내지 않죠. 그런 관계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가 무너져요."


우리가 원하는 진짜 어른은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다고 믿고, 자신들이 모르는 걸 우리가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 꿈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지도 몰랐다. 아니, 자신이 대리인이라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수도...


가족이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인지도 몰랐다.
'먼발치'라는 말의 뜻은 시야에는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 라고 한다.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 속 거리가 아닐까. 서로를 바라보지만 대화는 할 수 없는 거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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