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잇 아웃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돌본다

추천 에세이, 이윤주 작가의 <나를 견디는 시간>

by 김혜령


나를 지키는 세련된 방법, 글쓰기

모두가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법으로 버티며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술, 노래, 친구, 돈, 여행 정도면 무난한 방법이려나. 워커홀릭이나 나르시시즘은 자신이나 타인을 다소 괴롭히며 버티는 방법이겠지. 미성년 딱지를 뗄 때까지 국.영.수는 배웠어도 삶의 무거움을 견디는 법이라던가, (삶 보다 더 무거운) 나 자신을 견디는 법 따위는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익힌 '견디는 법'은 때로 타인에게 기생하거나 타인을 할퀸다. 가족을 괴롭히거나, 사회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에세이 <나를 견디는 시간>을 읽으며 나에게, 저자인 이윤주 작가에게, 또 많은 사람에게 '글쓰기'가 꽤 괜찮은 방법이 되어주고 있음을 생각했다. 타인을 괴롭히지 않으면서 나를 돌보는 꽤 세련된 방법. 글을 쓰는 일.


나는 알고 있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 또한 알고 있다. 나의 글들이 나를 변명하고 있음을. 그렇다면 나는 누가 발주하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변명하는가. 이해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받지 못하면 외롭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견딜 내공이 없기 때문이다.
- <나를 견디는 시간> 서문 에서 -



'나를 버티는 일' 이란 결국 나를 안전하게 돌보고 이해받고 존중받는 일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불안에서 벗어나려하고, 몸뚱아리를 돌보려 하고, 이해받기 위해 애쓰는 것 아닐까. 글을 쓰는 일이 내가 이해받는 행위이며 쓴 글 자체가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어준다.


그녀의 글을 읽고나면 나도 글이 쓰고 싶어진다

2년전쯤인가 작가의 글을 페이스북으로 먼저 만났었다. 그녀의 글을 읽고 나면 괜히 나도 글이 쓰고 싶어졌다. 문장이 매력적이고 재밌는 건 둘째치고 아마 나도 그녀처럼 나를 보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머리속에 엉켜있는 내 생각과 감정들을 늘어놓는 정화, 이해하지 못한 나의 일부를 꺼내 정리해보는 명료화, 내 못난 모습을 안아주려는 합리화가 글을 쓰는 행위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스스로 이해받는다.


내가 어디서든 당당하게 내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눈치보지 않고 서슴없이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글을 썼을까 싶다. 사람은 생긴대로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이 글을 읽는 구독자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글을 쓰는 일이 자신을 돌보는 꽤 괜찮은 방법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많이 써서 점점 더 만족스러워지고, 이왕이면 블로그나 브런치에 써서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이왕이면 책도 냈으면 좋겠다. (7회 브런치프로젝트 도전하세요!) 그 과정에서 <나를 견디는 시간>이라는 책이 힘을 줄거라 믿는다. 힘을 빼고 자유롭게 글을 쓰도록 용기를 주지 않을까 감히 생각한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으로 무거운 삶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때로는 마냥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보다 같이 버티며 살아가는 누군가의 진솔한 생각이 더 힘이 된다.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도망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소소한 수다같은 책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책 속 몇줄을 소개한다.


작가의 브런치 바로가기




공허한 질문에 괴로워질 때면 일단 오늘 하루만 천천히 운전해보기로 한다. 대단한 애를 쓰지 않아도 그 조용한 관성이 이틑날 눈을 떠 또다시 시동을 거는 힘이 된다.

-' 아무것도 묻지않고 살 수 있겠니' 에서-


애정결핍으로 인한 내상이 고약한 이유는 결핍된 성분을 투여해도 완치가 어렵다는 데 있다. 피가 모자라 철분제 따위를 먹었을 때의 효험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떤 연유든 한번 사납게 유실돼버린 애정은 엔간해서는 정상 범위까지 차오르지 않는다. 밖에서 아무리 쭉쭉 주유해도 이미 금이 간 독에서 졸졸 새어나가기 때문이다.

- '애정결핍자의 올바른 자세' 에서 -


... 따라서 '나는 이런 사람이드아아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을 만나면 살짝 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속으로 말을 건넨다. 아 당신, 이상한 데 집착해요. 무서워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난 당신을 정의할 생각이 일단 없어요. 당신의 언어와 어조가 가끔 '당신의 어떤 면'을 보여줄 거고 당신에게 행운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나오는 당신의 행동이 또 '당신의 어떤 면'을 보여주겠지요. 그리고 물론 내가 영원히 모를 나머지의 당신, 그걸 다 합친 무언가가 당신을 구성해요. 그뿐이에요.

- '나다운게 뭔데' 에서-


삶은 도망치는 자에게 더욱 집요하다. 그런데 도망치지 않는 척하면서도 어디 구석에 처박혀 108배 같은 것을 하고 싶은 날이 여전히 있다. 그런 날엔 반드시 절에 가고 싶어진다. 머리를 깎지는 않더라도 풍경 소리나 향냄새 사이를 느릿느릿 걷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 '그건 그사람 마음이에요' 에서 -


107237.jpg 한 손에 (가까스로)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


107233.jpg 책 사면 일러스트 카드도 들어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중 가장 즐거운 마음이라 믿는 팬심으로 이윤주작가와 <나를 견디는 시간>을 응원한다. 그녀의 책이 어딘가에 꼭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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