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잇 아웃

흐린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어른에게 필요한 마음챙김 그림책 <너의 마음은 하늘과 같아>

by 김혜령


아이에게 분노를 쏟아내던 어른


식당에서 화장실을 가려고 나왔다가 험악한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놀라서 돌아보니, 복도 한쪽에서 한 남성이 딸아이를 무섭게 혼내고 있었습니다. 주먹만 안 썼다 뿐이지 폭력이었습니다. 아이는 여섯일곱 살 정도 되었을까요. 어리고 또 너무 여려 보입니다.


"아빠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고 했어 안 했어! 네가 뭐 잘했다고 울어! 정신 차려. 입 닫아! "

(순화했습니다.)


어른이 듣기에도 너무 거친 그 말을 작은 아이에게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울면 더 혼나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인지 아이는 울음을 참으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호흡이 진정되지 않고 계속 '컥컥'하며 어깨가 요동치고 있더군요.


이 같은 상황을 꽤 자주 목격합니다. 훈육한다기보다는 자신의 분에 못 이겨 아이에게 감정을 쏟아붓는 상황을요. 얼마나 못 참겠으면 사람이 지나다니는 데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아이에게 언어폭력을 하고 있겠습니까. 저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눈에 더 잘 들어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겁이 많기 때문에 그런 상황들을 더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도 있겠고요. 험악한 말과 행동이 나를 향해 있지 않더라도 두려움을 조성하기엔 충분하니까요.


어릴 땐 어른이 너무 큰 존재입니다. 화가 난 어른은 공포입니다. 때로는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서운 게 폭력적인 어른입니다. 화가 난 부모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요. (호환 마마를 겪어보지 않았습니다만)

어린아이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른이 행하는 언어폭력은 아이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아이가 무척 걱정됩니다. 당장 가서 보호해주고 싶습니다. 울음을 그치지 않아도 된다고, 실컷 울어도 된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른에게도 연민의 감정이 듭니다.(물론 미움이 더 큽니다!!) 오죽하면 저럴까. 저렇게도 자신의 마음이 컨트롤이 안될까. 아이 키우는 일도 힘들 텐데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마음까지 데리고 사는 저 존재는 얼마나 사는 게 고달플까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렇게 언어폭력, 감정 폭력 할 거면 왜 아이를 낳았나!! 싶은 비난으로 이내 돌아옵니다....)


내 마음을 달래지 못하면, 타인을 할퀸다


살다 보면 자기 안에 있는 마음인데도 뜻대로 안 되는 상황이 너무나 많죠. 우울하고 싶지 않고 불안하고 싶지 않습니다. 울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멈추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아이도 더 혼나고 싶지 않아 눈물을 그치고 싶은데 자꾸 서러운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아이의 아빠도 물론 저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을 겁니다. 부디 그러길 바랍니다.


자신의 마음을 달래지 못하면, 이처럼 애먼 사람을 할퀴게 됩니다. 그 애먼 사람이 상처에 취약한 어린아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보호하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한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입니다.



그림책으로 마음을 이해해 보세요

휴.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크고 작게 마음을 다루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다. 타인을 할퀴는 혹은 무력한 아이에게 상처를 주는 그런 어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소개합니다. 마음 챙김 그림책인데요. <너의 마음은 하늘과 같아>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마음 챙김을 도와주는 그림책이에요.

<너의 마음은 하늘과 같아> 책 표지


마음 챙김(Mindfulness)은 쉽게 말해서 자신의 마음에 주의를 기울여,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내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아는 것이죠. 이게 뭐라고 일부러 이름까지 붙였나 싶지요?

보통 우리는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모르거나, 혹은 내 감정에 대해서 '싫다, 좋다'같은 판단을 합니다. 예를 들어, 불같은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고 거친 말을 마구 내뱉는 상황. 그리고 불편한 감정에 '아 왜 이렇게 짜증이 나냐'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마음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내 마음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그것을 어떤 평가나 비판도 없이 알아주기만 해도 감정이 격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상황이 악화되는 일도 없고요.

이 마음 챙김 혹은 마음 챙김 명상이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우울증을 치료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계속 확인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심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고요. 차분하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로 이를 수 있게 만드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대표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책이나 매체를 통해 많이 소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너의 마음은 하늘과 같아>라는 그림책을 통해서 무겁지 않게 접해보신다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색감의 그림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데에 한몫합니다.


<너의 마음은 하늘과 같아> 중에서



사실 이 책을, 지난봄 영국 여행 중에 런던의 한 서점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정말 반가웠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요. 그런데 한국어판은 아직 나오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출판사에 직접 제의를 해야 하나 (내가 뭐라고...), 직접 출판사를 차려서라도 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남편과 함께 얘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 여름에 국내에 출간된 것을 알게 되고 무척 기뻤습니다.


런던 Daunt Books 에서 만난 반가운 마음챙김 그림책



어렸을 땐 화난 어른이 무서웠는데, 나이가 들어 보니 제가 제일 무섭더군요. 어렸을 때 무서워했던 그 어른의 모습이 내 모습이 될까 봐 두렵습니다. 아이에게 무섭게 분노를 쏟아내는 그 남자가 제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두렵습니다. 꼭 분노가 아니더라도 원치 않는 감정에 휩싸여 원치 않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늘 '마음'이 화두가 되는 거고요.


이런 이유로 매일매일 마음을 점검합니다. 저녁마다 명상시간을 갖기도 하고 틈틈이 공부도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요. 무엇보다 노력하는 것은 '마음 챙김'하는 일상입니다. 감정이 나를 움켜쥐기 전에 제가 먼저 감정을 알아봅니다. 그때그때 잘 알아주고 달래줍니다.


여러분에게 이 책이 또는 '마음 챙김'이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마음을 잘 달래며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비구름 생각이 머릿속에 찾아오면 "아, 비구름 생각이 또 찾아왔구나" 하며 푹신푹신한 흰 구름같은 생각도 있었다는 걸 떠올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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