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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Jul 05. 2020

"너의 수고는 너 자신만 알면 돼, 정말 애썼어"

방탄소년단에게 배우는 건강한 자기애

https://1boon.daum.net/theable/bts_



모임에 한 동료가 두 살배기 딸을 데려왔습니다. 두 살 아이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죠. 아이가 서툴지만 스스로 숟가락질을 해서 밥을 먹습니다. 사람들은 일제히 "아이고, 우리 민채 잘 먹네" 하며 칭찬합니다. 사랑받는 아이의 삶이란 이렇게 숟가락질 한 번으로도 인정을 받는 거죠. 그런 인정을 통해 아이는 숟가락질만이 아니라 젓가락질도 하게 되고, 한글도 배우며 점차 성장해나갈 겁니다. 이처럼 한창 커 나갈 때 무조건적인 격려는 필수입니다.



어른들도 이렇게 인정과 격려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고, 오늘도 스스로 일어났네. 와, 오늘도 출근을 했네. 오늘도 밥을 참 잘 먹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네. 대단해~!' 이렇게 말입니다. 매일매일 이런 무조건적 격려를 받을 수 있다면 우리도 더 성장할 수 있을 텐데 말이에요. 하지만 어른들의 삶에서는 격려는커녕 오히려 따가운 일들만 가득합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취업의 문턱을 넘기는 힘들고, 회사에서 열심히 성과를 내도 진급에서 누락되기도 하죠. 또 아내의 눈치를 보는 남편, 자녀의 눈치를 보는 부모처럼 가정에서조차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요. 어디 그뿐인가요.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하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요즘은 살기가 팍팍해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진 것 같습니다.


더 잘해야 해 !
돈을 많이 벌어야 해 !
좀 더 예뻐져야 해 !
더 날씬해져야 해 !
실수하면 안 돼 !


라면서 좀처럼 스스로를 격려해주지 않죠.



방탄소년단이 말하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자기애

그런 이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국내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그들은 지난 앨범의 주제를 '러브 유어셀프 Love yourself'로 정하고, 유니세프와 함께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거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보니 팬덤이 엄청나서 그 영향력은 빠르고 넓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효과가 단지 그들의 인기 때문만은 아닐 거라 짐작합니다. 사랑받으며 살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정작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많은 현대인에게 그 메시지가 진심으로 가닿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메시지가 갖는 힘과 필요성이 컸던 거죠. 더욱이 메시지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명확했습니다. 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또렷하게 목소리를 냈습니다. 다음은 방탄소년단의 리더 알엠이 UN에서 했던 연설의 일부입니다.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는 나도 나일 것입니다. (...) 저는 오늘의 나이든, 어제의 나이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됐습니다.  - RM의 UN연설문 중에서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게 아닐까요. 나를 몰아세우는 훈계가 아니라요. 불완전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건강한 자기애로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그래야 누군가 나를 하찮게 생각하고, 무가치하게 여길 때라도 내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요. 이 연설이 더욱 의미가 있었던 건 심리학에서도 화두가 되고 있는 '자기돌봄(self-care)'의 내용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타라브랙(Tara Brach)은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의 메시지와 동일한 주제인 '자기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연구하고 책을 써냈습니다. 그녀는 <자기 돌봄>이라는 저서에서 우리가 자기계발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신이 세운 기준, 사회가 부과하는 기준이 현재 자기 모습과 너무 멀기에 자꾸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기게 된다고 해요. '좋은 엄마' 나 '능력 있는 직장인'과 같은 이름을 따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이라는 거죠. 동의합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던가요. 그리고 그건 끝이 없는 노력 아니던가요.


타라 브랙은 '나는 있는 그대로 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요. 자신을 완전한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마음껏 살아가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다는 거예요.

 

연설문의 의미와도 일치하지 않나요? 실수하고 부족한 나도, 더 나아질 수 있는 나도 나라고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겁니다. 제 생각엔 심리학자의 말보다 방탄소년단의 연설문이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출처. 한겨레신문



(...)



타인의 평가에

내 가치를 내맡기지 마세요

방탄소년단의 맏형인 '진'은 한 해 동안 수고한 본인에게 한마디 해보라는 어느 인터뷰에서 "너의 수고는 너 자신만 알면 돼"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는 말이에요. 왜 그럴까요. '내가 얼마나 애썼는지 나 자신은 잘 알고 있다.'는 격려이자, '남들이 몰라준다고 해도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위로도 담겨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기 자비의 마음을 가득 담고 있는 문장이에요.

 

대중의 사랑과 관심, 인정으로 먹고 살아가는 연예인의 입장에서, '나의 노력을 몰라준다는 것'은 치명적인 결핍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너의 수고는 너 자신만 알면 돼' 라는 마인드라면 인정받지 못할 때라도 무던하게 그 시기를 넘길 수 있을 거예요.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초기에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하던 시절을 견디면서 더 단단하고 내실 있는 아티스트로 거듭날 수 있었어요. 그들의 성공담 뒤에 맏형의 자기 자비의 태도가 자리하고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꼭 대중 앞에 서는 연예인이 아니라도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이에요. 타인의 관심과 인정은 모든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사회적 보상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노력을 해놓고도 남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스스로를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큼은 그 수고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죠.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이 그 노력과 수고를 알기 때문에 그것을 알아줘야 할 첫 번째 사람도 '나'입니다. 나의 행복과 안녕을 빌어주면서 자기 자비의 언어로 자신을 격려해주세요. 이렇게 말이에요.



"너의 수고는 너 자신만 알면 돼. 정말 애썼어"









위 글은 책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중에서  [아이를 돌보듯 나를 돌보기] 라는 제목의 글의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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