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유독 걱정이 많고 불안이 높은 것 같다면
나만 이렇게 유난히 걱정이 많고 불안한거야?
난 왜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거야?
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낙천적인 성격인 저조차도 저런 질문을 스스로 하곤 했어요. 그런데 마음의 작동방식을 이해하고나니 그건 이상한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다소 마음을 괴롭게 하는) 마음의 세가지 경향성을 알아볼게요.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이에요.
인간은 유일하게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동물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일어나는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심지어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을 틀어놓고서도 갖가지 생각과 걱정에 빠지곤 하죠. 우리는 눈앞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슬픈 존재입니다.
한곳에 오롯이 집중하는 ‘몰입flow’ 상태는 행복을 가져 다줍니다. 하지만 왜 우리는 몰입하기 어려워하고 금방 주의가 산만해질까요? 왜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을 수십 번도 더 열어볼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 해답을 위해 원시인의 삶으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원시인들이 어떤 환경적 자극에도 주의를 뺏기지 않고 몰입할 수 있었다면, 불을 피우는 데 열중하느라 포식자가 침입해도 알아채지 못했을 겁니다. 또 아이에게 젖을 물리느라 짐승이 가까이 다가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잡아먹히기 딱 좋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이어지지도 못했을 테죠.
원시인들은 항상 주변을 살핌으로써 위험으로부터 목숨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겁니다. 그렇게 하나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고 기민하게 주변을 살피던 경향이 오늘날에는 주의산만함으로 남아서 우리에게 핸드폰 중독을 선사하고 말았지만요.
결론 : 생존하기 위해서 주의산만해야 합니다
우리의 뇌 속에는 아직도 원시인이 북을 두드리고 있습 니다.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서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늘 위험을 경계하고 있죠. 여기에서 필연적으로 불안이 탄생하는 겁니다. 불안은 위험을 알리는 가장 좋은 시그널이거든요.
감정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를 행동하게 합니다. 안전하지 않다는 단서가 발견되는 즉시 불안감을 느끼고, 몸은 긴장하죠. 싸우거나 도망가기에 적절한 신체 상태가 되는거죠. 원시인의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는 셈 입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자극) → 경보 장치가 울린다. (불안감) → 소리가 나는 곳을 살핀 뒤 도망가거나 싸울 준비를 한다.(선택적 행동) → 성공(=생존)
원시인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된 이 경보 장치, 즉 불안이 현시대에 와서 온갖일들에 민감하게 울려대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만.. 어쨌거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결론 : 불안은 내 목숨을 지켜주는 감정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면 기쁨과 행복감을 더 자주 느낄 수 있을텐데, 태생적으로 인간은 부정적인 데 주의를 더 많이 기울이게끔 되어 있습니다.
부부 싸움을 예로 들어볼게요. 서로의 좋은 점 열 가지는 쉽게 망각하고, 나쁜 점 한 가지에 민감하게 반응해서 부딪칠 때 보통 부부 싸움이 일어납니다.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정보를 우리가 더 크고 강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앞의 두 가지 특성(주의산만함과 불안감)과 연결하여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결국 나를 위태롭게 만들고 위협하는 정보를 민감하게 알아차려 나를 안전하게 만들려는 겁니다. 긍정적인 사건보다는 부정적인 사건이 훨씬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의 재롱보다는 적의 위협을 빨리 알아차려야 가족을 살릴 수 있으니까요. 이런 특성이 현대까지 이어져 성공에 대한 기쁨보다는 실패에 대한 좌절감을 훨씬 크게 느끼는 식으로 변화한 겁니다.
심리학자 존 가트맨John Gottman이 했던 〈결혼 생활의 성 공과 실패에 관해 다룬 연구〉에 의하면 한 번의 부정적인 사건 하나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다섯 번의 긍정적인 상호 작용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아내가 화가 났는데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고요? 아직 멀었습니다. 다섯 배는 더 노력하십시오.
신경심리학자 릭 핸슨Rick Hanson은 “살아남아 우리에게 유전자를 물려준 개체들은 그 대가로 부정적 경험에 대한 엄청난 주의를 유전자에 심어놓았다”라고 말합니다.
결론 : 부정적인 정보를 훨씬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은 살아남은 유전자의 흔적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세 가지 특성 모두 나를 생존시키고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장착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 지만 이런 특성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괴로움의 원인이 되고 있죠. 계속해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고, 게임이나 핸드폰에 주의를 빼앗기고, 부정적인 일에 초점을 맞춘 채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진화해온 방향이 인간의 행복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DNA 에 새겨져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명을 사수하기 위한 행동을 하며 살아갑니다. 따로 공부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행동하고 선택하며 살아가게 되죠.
어쨌거나,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래 불안이 높고 걱정이 많고 부정적인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있는거죠.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닙니다. 다만, 그런 경향성이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만드니 마음이 더 편안할 수 있도록 뇌를 길들여야 하는 거죠.
‘평온한 마음’ 즉, 행복감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공부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그건 몸에 새겨져 있지 않거든요. 별 수 있나요. 몸에 새기기 위해서는 연습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고요한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뇌를 길들이는 수밖에요. 길들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책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함께 연습해볼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권합니다 :)
위 글은 책 <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 중, '현대인의 이유있는 괴로움' 제목의 글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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