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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Dec 29. 2020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드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나를 성장시킨 두 개의 질문

20대 시기를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혼돈이었다. 누군가는 그때로 돌아가 젊음을 다시 찾고 싶다지만 나는 그 험난한 여정을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 정신적으로 다 자라지 않은 상태로 어른이 되었고, 그렇게 당도한 어른의 세계는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경제적인 어려움, 감당하기에는 벅찼던 가족 문제, 사랑, 우정, 진로 문제까지도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었다. 불안 속을 걸으며 얼른 안정으로 가는 정답을 찾고만 싶었다. 하지만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고 다만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구하려 애쓸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 시기에 가장 크게 성장했다. 무수한 질문이 삶의 자양분이 되는 고민을 하게 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걸까’‘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지?’라는 질문이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난 후 돌아가는 밤이면 자주 공허감을 느꼈다. 헛헛한 마음 안에서 문득 ‘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잘산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책과 인생 선배들을 통해 답을 찾는 동안 많은 걸 알게 되었다. 타인에게 좋은 삶의 방식이 내게도 좋을 수는 없다는 것을. 또 중요한 가치를 찾고 그에 맞는 선택을 해 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그즈음 길을 찾는 방황이 그렇게 괴롭지만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미워하지 않는 삶에 대한 질문은 주변에 직장 상사나 동료를 욕하거나 부모를 원망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많은 사람을 보며 떠올랐다. 그런 태도가 결국 자신을 같은 상태로 머무르게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을 미워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갔다. 이 또한 답을 찾는 동안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쉽게 남 탓을 한다는 것을. 결핍이나 상처를 외부에 기인하는 것은 쉽지만 성장할 수가 없는 태도라는 것을.


이러한 내적 작업을 거치며 접어든 30대는 분명히 무언가 선명해져 있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또는 어떤 선택들이 중요한지에 대한 가이드를 알고 있었다. 때로 혼란스럽기는 해도 불안감은 덜해졌다. 무엇보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어도 ‘지금, 여기의 나’ 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은 엄청난 소득이었다.


결국 나를 제대로 살게 했던 건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던 것이다. 혼돈 속에서 던진 물음표가 삶의 변곡점이 되어 나를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질문은 단순한 말보다 더 깊은 곳까지 파헤친다"라며 말보다 더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바로 질문이라고 했다.


인연이 닿아 질문이 담긴 책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팀원들과 함께 고민해 가며 100개의 인생 질문을 만들었다. 이 작업이 의미 있었던 건 질문을 통해 내가 길을 찾았던 경험 때문이리라. 방황 속에서 던진 수많은 물음표가 나를 나아가게 했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그런 시간을 보낼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벅차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당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한 질문이 무엇인지, 또 새해를 맞이할 당신에게 꼭 필요한 질문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위 글은 12월 23일 수요일. 한국일보 <삶과 문화> 란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hotissue/article/469/0000565292?cid=1073534

모두들 평안히 한 해를 마무리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작가, 상담심리사 김혜령 

 https://instabio.cc/kund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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