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타인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을까
아픔을 토로했다가 되려 상처를 받아본 경험이 있나요? 상대방은 위로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오히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요즘 저의 이슈이기도 한 '위로'에 대해 경험과 생각을 나누어 보려 합니다.
(설령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은 요즘, 그렇기에 위로가 절실한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위로'라는 말이 때로는 너무 식상하고 추상적이고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도대체 위로라는 게 무엇이지? 그거 그냥 마음약한 사람들끼리 하는 연극같은 건 아닌가. 우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견디며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어른이니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위로는 분명 아픈 사람을 낫게 하기도 하고, 죽고싶어하는 사람을 다시 살고 싶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또 스스로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너무나 다행인 일 아닐까요. 만약 정말 위로가 사람을 살게 만들고, 아픈마음을 조금이라도 낫게 한다면 그건 연기로라도 해봐야 하는걸지도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위로는 제각각일 겁니다. 방식도 저마다 다르겠지요. 그렇기에 때로는 위안을 주려고 했던 말이 받는 입장에서는 상처가 되는 일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오래 전에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스물한살 때였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휴학을 하고 돈을 벌고 있던 때였고, 가족간의 갈등이 있었고, 심지어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계신 때였죠. 특히나 더 힘겹게 느껴지던 어떤 날에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저는 힘들다는 말을 했습니다. 무언가 제 마음을 알아주길 바랬던 것 같아요. 그 때, 친구가 해준 말은 '좋게 생각해. 좋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져' 였습니다.
친구는 진심으로 나에게 힘이 되고 싶어서 해준 말이었어요.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는 그 말이 아팠어요.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했고, 제 입을 닫아버리게 했습니다. 긍정적인 친구였고 제게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었을 겁니다. 실제로 본인이 힘들었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을 전환시켜서 기분이 나아진 경험이 있었지 않을까요. 아마 그녀가 해줄 수 있는 최대치의 위로였을 거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그 땐 그런 의도를 헤아릴 여력이 없었죠. 그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 '너는 참 쉽구나.' 였습니다. 내 삶과 저 친구의 삶은 질적으로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면에서 꽤 여유있게 순탄하게 사는 것처럼 보였던 친구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뒤로도 친구와의 관계는 이어졌지만 어떤부분에서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솔직하게 말하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난 어차피 저 친구에게는 위로를 받을 수 없어.'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 같아요. 아니 그저, 더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닫아버렸을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또한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줬을 겁니다. 힘이 되주겠다고 했던 말이 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고 좌절감을 안겨줬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좀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면에서는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힘을 가슴깊이 믿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기에 마음을 돌보는 글을 쓰고, 심리상담일을 선택했고요. 또, 앞의 사연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몇번 없었던 경험일뿐, 저 또한 많은 사람의 공감과 위로를 통해 마음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힘든 시간을 건너고 있는 소중하 사람에게 힘이 되줄 수 있을까요. 도대체 위로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모두가 아프고 외로운 이 시대에는 돈을 주고서라도 위로를 사다 놓고 싶은 마음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괴로움에 꼭 맞는 위로를 받는다면 훨씬 살만할텐데 말이죠.
위로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오랜시간 고민한 것치고는 그저 단 하나의 해답을 알아냈을 뿐이지만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어려움을 들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데에 초점을 맞춥니다.
'힘내'라는 말은 얼마나 흔하고 익숙한가요.
그러나 때로는 힘을 내려고 해도 도저히 힘이 나지 않는 일이 있지 않나요?
일단 힘을 내야만 뭐라도 할 수 있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말이죠.
그 때에는 괜찮은 척 얼른 빠져나오는 게 아니라, 충분히 겪어야만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기에 캄캄한 어둠 속에 빠져 있을 때 우리에게 절실한 건
어둠 속에서 꺼내주는 적극적인 행위가 아니라, 빠르게 던져주는 밧줄이 아니라,
그 어둠 속에 함께 머물러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충분히 슬퍼하고 괴로워한 뒤에 조금씩 '스스로' 빛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테니까요.
이렇게 오롯이 함께 아파해주는 것이 바로 '심리상담가'의 역할이기도 한데요
상담가의 마음이기도 한, 위로의 마음을 잘 표현해준 노래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승윤의 <달이 참 예쁘다고>라는 노래인데요.
가사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줄 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줄 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줄 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무도회를 열자
달 위에다 발자국을 남기고 싶진 않아
단지 너와 발맞추어 걷고 싶었어
닻이 닿지 않는 바다의 바닥이라도
영원히 노를 저을 순 없지만
몇 분짜리 노랠 지을 수 있어서
수만 광년의 일렁임을 거두어
지금을 네게 들려줄 거야
달이 참 예쁘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eNovSMOZ3VQ
이 곡은 저의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들려주셔서 처음 듣게 된 곡입니다. 음악프로 <싱어게인>에 대해서 많이 들었고, 이승윤 이라는 가수가 화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노래를 들어보지는 못했었는데요. 이 곡을 들으며 그가 직접 쓴 가사말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특히,
숨고 싶을 땐 다락이 되어줄 거야
죽고 싶을 땐 나락이 되어줄 거야
울고 싶은 만큼 허송세월 해줄 거야
진심이 버거울 땐 우리 가면무도회를 열자
이 부분이 상담가의 마음을 잘 담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앞서 말한 어둠속에 함께 머물러주고 싶은 마음이 드러나 있어요. 당장 문제를 해결해주는 슈퍼맨보다, '힘내''기운내'라는 말보다 더 큰 마음으로 와닿습니다. 친구로부터, 애인으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우리는 이런 마음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보니 그(그녀)가 나와 함께 아파해주고 있었구나. 아니, 나보다 더 아파해주고 있었구나. 라는 걸 깨달을 때면 가슴이 뜨거워져요. 그리고 더 잘 살아보고 싶게 합니다. 어떤 실패든 상처든 겁날게 없는 용감한 마음이 (1센치쯤) 자라나 있어요. 진정한 위로는 바로 이런 힘을 가지는게 아닐까요.
저의 설명보다 이 노랫말이 훨씬 더 와닿을거라 생각해요.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전해주고 싶을 때 이 노래 <달이 참 예쁘다고>를 기억하세요.
이 마음만 전해져도 그 사람은 충분히 위로를 받을겁니다.
당장 으쌰하고 나아지지 않더라도, 조금씩 천천히 마음을 회복할거에요.
어둠을 함께 견뎌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말이죠.
*슈퍼바이저 : 상담가가 전문적으로 상담을 수행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는 지도,감독자입니다.
추가로 저에게 힘이 된 서밤님의 툰도 보셔요.
이토록 진심을 간결하고 따뜻하게 전할 수 있을까 싶은 툰이랍니다.
https://blog.naver.com/leeojsh/222438479552
<불안이라는 위안>의 작가와 함께 하는 '불안'을 다루는 온라인 그룹세션 멤버 모집 (아래 글 참고)
https://brunch.co.kr/@kundera/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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