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마음여행자분들과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라는 문장을 시작으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큰 주제는 '불안'이었고요. (매주 목요일 밤 10시, 명상지도자인 마인드트립 이현정 대표님, 성우이자 명상유투버인 마음숨님 그리고 심리에세이 작가이자 상담가인 제가 모여 클럽하우스 내 <마음여행자>방에서 마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곱씹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 브런치에 제 생각 위주로 정리해두고자 합니다.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라는 마음은 두가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하나는 비교입니다. 이 문장에는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이 있어요. 누구와 비교를 하는 걸까요? 내 머리 속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내 머리 속에는 내가 주로 보고, 듣고, 생각하게 되는 인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죠. 미디어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대단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유투브만 해도,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보고 있는 것같지만, 결국은 '편집된' 모습이죠. 이렇듯 대체로 대단하고 화려하고 세련된 (편집된)사람들이 우리 머리속을 채우고 있는 데에 반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은 무척 현실적이고 입체적입니다. '나'와 '내 머리 속의 사람들'간의 비교는 당연히 나를 열등하게 느낄 수밖에 없게하겠죠.
또 하나 생각해 볼 부분은 '잘 사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잘 사는 것'에 대한 정의와 기준은 다릅니다. 이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없으면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을 보며 흔들리게 됩니다. 내가 잘 하고 있다.혹은 잘 살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기가 어렵겠죠. A의 멋진 모습을 보면 A처럼 살아야할 것 같고, B의 빛나는 모습을 보면 B처럼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거죠. 그래서 내 삶의 기준, 방향성을 잡아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향이 확고하게 정해져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대단하고 화려해보일 때에도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구나' 혹은 '정말 열심히 살고 있구나. 대단하다'에서 그칠 뿐, '나도 저렇게 되야해' '나는 저런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게 틀림없어'라는 생각으로 가지 않겠죠.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을 분리시켜서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요.
'다들 잘 사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라는 생각의 진짜 문제는 무리하게 애쓰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결핍은 욕망을 부추깁니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미국의 심리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은 우리가 스스로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에 대해 '네가 부족해서 그래'라는 분위기 탓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가 조장하는 면이 있다는 거죠. 사람들이 그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에 맞추려고 애쓰고, 그에 맞추지 못하면 수치심을 느낍니다. 이런 현상 속에서 생겨난 내적 결핍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갈구하게 만듭니다.
“우리 자신이 너무나 평범하고 부족한 존재라서 괴로울 때 명예와 지위와 찬사를 갈구하는 느낌은 강력한 진통제와 비슷하다." - 브레네 브라운
이에 대해 도움이 될만한 생각 두가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모두가 잘났고, 모두가 못났다."
어떤 면에서는 모두가 잘하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모두가 부족합니다. 다른 사람의 세련되고 멋진 면만 보게되는 것처럼, 나에 대해서는 부족한 부분만 현미경으로보듯 확대해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세상에는 대단한 사람도 하찮은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사람이 존재할 뿐이죠. 그 사람에 대한 내 생각이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조차 다 이해할 수 없는데 타인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 수 있을까요. 아주 일부(의 일부의 일부의 일부...)만 보고 있을테죠. 그러니 누구에 대해서도 쉽게 판단해서는 안됩니다. 더욱이 그 판단이 나를 더 부족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면...구태여 왜 그래야 하죠.
2. 내 머리 속에 그려놓은 그림을 파악하기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또 사회분위기 때문에, 그보다 더 전에 부모님의 영향으로 '나는 이러이러한 모습이어야 한다.'라는 숙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 삶에 대해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그 그림에 자신의 삶을 짜맞추기 위해 자신을 갈아넣는 거죠. 그 갭이 클수록 무리하게 애쓰게 됩니다. 때문에 자신의 머리속에 그려놓은 그림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 그림은 누가 만들어낸 그림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를 몰아붙이고 불안만 부추기는 그림이라면 과연 그 그림에 나를 맞출 필요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그림은 정말로 내가 원하는게 맞기나 할까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정말 대단해보이는 분들도 개인적으로 대화를 나누다보면 스스로 부족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모두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을 부족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잘 사는 것 같은 사람'을 보며 자신을 비교하는게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잘났고 모두가 못난 서로가 서로를 보며 우월감을 느끼고 열등감을 느끼는 건 안타깝습니다.
제가 저서 <불안이라는 위안>을 통해 알려드리고자 했던 것중에 하나는, 불안은 나쁜 감정이 결코 아니다는 것인데요. 그럼에도 이 것만은 확실합니다. 나를 지치게 하고 괴롭게만 하는 불안이라면, 그 건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굳이 그 불안을 껴안고 살면서 자신을 소진시킬필요는 없는 거죠.
다소 두서없이 정리가 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참고해볼만한 영상이 있어 링크를 걸어둡니다. 제 저서에도 몇번 인용이 되었던 심리연구자 브레네브라운의 강연입니다. 여유가 되실 때 보셔요. 제 글보다 훨씬 명쾌하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6P66ppnnqw
https://www.youtube.com/watch?v=H7Wd_6mFrjk&t=21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