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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Aug 01. 2021

위로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Q. 가끔 나의 상황이 답답하고 힘들어도 주변에 얘기하기에는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거나, 상투적인 대답을 듣게 될까봐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나 스스로 내 감정을 다독이는 법, 혹은 반대로 주변에서 이런 감정으로 어려움을 토로할 때 건넬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A.  때로는 진심으로 건넨 말을 들어도 상처가 될 때가 있습니다. 나는 심각한 고민을 어렵게 꺼냈는데 상대가 너무 가볍게 받아치거나, 또는 너무 논리적인 위로를 해줄 때가 그렇지요. 내 얘기의 무게와 온도에 맞지 않는 위로는 아무리 그게 '맞는 말'이어도 힘이 되지 않아요. 위로는 커녕 오히려 힘이 빠지는 일도 많지요. 그래서 저는 평소에 타인에게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게 됩니다. 타인의 위로로 인해 단번에 나아질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죠. 대신, 상대의 진심.. 그러니까 그 위로 아래의 '밑마음'이 나에게 힘이 되고 싶은 의도라면 그것으로 충분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전에 내가 진짜로 원하는 위로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기대하고 상대에게 고민을 토로하려는 것인지를요. 그 부분을 상대가 정확히 조준하지 못하면 어떤 말을 해도 위로가 되지 않겠죠. 그 사실을 내가 잘 알고 있어야 해요. 괜히 타인에게 화살이 가지 않게 말이죠. 물론, 그 위로(듣고 싶은 말)를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다면 가장 좋습니다. 나의 결과 무게에 딱 맞게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내 마음은 결국 내가 돌보아야 합니다. 나의 상처와 괴로움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일테니, 가장 필요한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사람도 나일거에요. 타인에게 의존하면 그만큼 상처도 클 수밖에 없어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요)


타인을 위로할 때는, 솔직하게 말하되 말을 아껴야 합니다. '너에게 힘이 되고 싶은데 사실 어떤 말을 해줘야 될지 모르겠네... 내 위로가 너에게 상처가 될까봐 겁이나.' 라고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세요. 마음이 앞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았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요. 너무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 곳에 함께 머물러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저 마음을 열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거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너를 한 방에 위로를 하겠다. 단번에 모두 치유해주겠다.' 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 마음은 너무나 이해합니다. 친구의 고민이나 하소연을 들으면 뭔가 해결해주고 싶은 욕구가 커집니다. 특히나 정말 소중한 사람이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때, 얼른 그 지옥에서 꺼내어주고 싶겠죠. 그런데 그건 불가능합니다. 힘든 일일수록 회복하기까지 더 오랜시간이 걸릴테고요. 마법을 부리지 않는 이상 '짠'하고 무언가를 갑자기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내 마음이 그렇잖아요.  깊은 좌절감이나 우울을 겪고 있는데 누군가의 한마디를 들었다고 해서 on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갑자기 환하게 밝아지지는 않잖아요?  


대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켜봐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서 '너를 염려하고 있다.'는 마음을 부담스럽지 않게 전하는 거죠. 좋은 글을 링크로 보내주거나, 책추천, 음악추천도 좋아요. 


정리해보면 이정도가 되겠네요. 충분히 고민은 들어주되 말은 아끼고. 몇일 뒤에 무심하게 툭 위로가 될만한 음악을 추천해준다던가 책을 선물한다던가 하는 거죠. 또는 자기전에 '문득 어제 네 얘기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쓰여. 오늘밤은 꼭 편안하게 잠들길. 내가 항상 응원하고 있어'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진심이어야겠지요. 대단한 위로는 아니겠지만 그 메세지를 받은 친구는, 잠들기 전 '누군가가 나를 걱정해주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그 밤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더라고요. 






지난 5월,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있는 '중앙난임 우울증상담센터'의 초대를 받아 네이버 오디오클립 '맘안애' 녹음을 하고 왔습니다. 제 책 <불안이라는 위안>, <이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지>,<내 마음을 돌보는 시간> 에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Q and A 방식으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위 글은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옮겨본 것입니다. 두서없이 얘기했지만 꼭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가져와봤어요. 이외에도 여러가지 마음을 돌보는 법에 대한 대화가 담겨있으니 아래 링크 참고해주시고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53/clips/26


녹음 전에 미리 대본을 받아 질문을 살펴보면서 이 질문은 '위로하는 법'에 관한 질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 많이 되었어요. 요즘은 위로가 절실한 시기이기도 하고, '위로'를 주제로 한 컨텐츠들도 참 많은데 사람들이 진심으로 위로를 통해 치유되는 경험을 하는 것은 흔치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고민을 해보았는데요,  제가 전하고 싶었던 건. '마음이 앞서서 너무 많이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진심은 결국 통하기 마련이니 아주 천천히 조금씩 마음을 전해보자는 것' 이었습니다. 욕심이 일을 그르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저는 이부분을 경계하자고 말하고 싶었어요.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 첫번째여야 할테고요,  그 것이 너무 어렵지 않도록 누군가가 도와준다면 좋겠지요. 그 도움이 바로 타인의 진심어린 염려가 아닐까 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에너지가 '진심이 담긴 응원, 지지, 염려' 라고 생각합니다. 


위로는 참 어렵고 조심스러운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요즘 많이 고민해보고 있는데요, 생각을 좀 더 정리해서 또다른 글을 가져와 볼게요! 


모두들 편안한 일요일 보내시는 중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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