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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Aug 09. 2021

[영화리뷰] 음악영화 코다(coda)

마음을 오롯이 전하는 고요한 대화를 알려줄게

코로나시대는 끝이 보이지 않고, 연장되는 거리두기 4단계에 모두가 지쳐가고 있는 요즘이다. 무뎌진 사람도 많은 줄은 알지만, 계속되는 거리두기에 자꾸 서로가 멀어지기만 해서 삭막하게만 느껴지는 요즘. 사람을 따뜻하게 연결시키는 영화를 만났다. (시사회초대를 받아 관람하였습니다) 


감동을 주는 영화라도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하면 영화가 끝난후 피로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너무 일상과 동떨어지면 마음에 너무 남는게 없는 느낌이라 아쉬움을 주는데 <코다>는 그런 면에서 더할 것도 덜어낼 것도 없는 영화였다. #음악#사랑#가족 이 들어갔으니 말 다했지 뭐.


요즘 같은 시기에 이처럼 잔잔하게 마음을 녹이는 영화가 적절한 휴식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추천하는 마음을 담아 리뷰를 남겨본다. 






영화제목이기도 한 '코다(Coda)'는 농인부모로부터 태어난 아이를 뜻한다(Children of Deaf Adult). 즉, 들리지 않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들리는 아이. 아이는 크면서 두가지 언어를 배운다. 수어와 음성언어. 가족들과는 수어로, 가족외의 사람들과는 음성언어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역할이 된다. 여주인공 루비가 바로 코다이며, 가족중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할 수 있다. 아빠, 엄마, 오빠의 성실한 귀와 입이 되어주며 살아가던 열일곱의 그녀는 우연한 기회로 '노래'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된다. (무엇보다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다!!)


재능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녀는 가족들 몰래 음악을 사랑해왔던 것. 게다가 재능을 실력으로 만들어줄 든든한 지원군(음악선생님)까지 만나게 되어 버클리음대를 꿈꾸게 된다. 문제는 가족이다. 귀와 입이 되어주는 루비를 통해 어부의 일도, 주변 이웃들과의 소통도 큰 어려움없이 할 수 있었던 가족이었다. A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은, A 없이는 할 수 없는게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 루비의 아빠와, 엄마, 오빠는 루비가 보스턴으로 떠나버리면 불편함 이상의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열일곱에 처음으로 마주한 갈림길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남을 것인가', '내가 가고싶은 길을 갈 것인가' 사이의 고민이기도 했다. 그로인한 가족과의 갈등, 또 농인가족으로서의 어려움까지 다루며 이야기는 지루함없이, 그러나 아주 부드럽게 달려간다. (스포방지를 위해 줄거리는 여기까지^^)


루비의 아빠, 엄마, 오빠 역에는 실제 농인배우들이 연기를 펼쳐 (그것도 실력파 배우들!) 몰입감을 더해주고, 자칫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상큼하게 또 유쾌하게 풀어내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말그대로 '잔잔하게' 감동이 남는다. 


평소에도 영화음악을 좋아해 왔지만 적재적소의 노래와 아름다운 목소리 (루비의 목소리 소중해..), 나중에는 진한 감동모먼트까지(영화에서 확인해보세요) 더해져 풍성한 이야기를 눈과 귀와 마음으로 감각한 느낌이다. 


선댄스(sundance)영화제 4관왕에 <라라랜드>음악감독이 참여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때문에 기대감이 높아져, 실망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를 했지만^^; 내게는 충분히 채워지는 영화였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 모두에게 피로감 없는 기분좋은 감동을 선사해줄 영화라 감히 말씀드리며..


루비와 그녀의 가족의 성장영화이기도 한 따뜻한 음악영화 <코다>를 추천합니다. 


(8월31일에 개봉한다고 하네요.)




덧붙여, 

영화가 끝난 후 생각한 것들을 정리해 본다.


1. 들리는 사람들은 '음성언어'의 한계 속에 살고 있는지도 


영화에는 당연히 수어로 소통하는 장면이 상당부분 나온다. 음성언어에 익숙한 나로서는 손짓과 표정으로 소통하는 그 모습이 낯설면서도 흥미롭다. 그래서 더 몰입해서 보게 되었는데 농인들의 표정은 훨씬 더 섬세하다. 수어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표정만으로 가슴에 꽂히는 느낌이 드는 씬이 몇번 있었다. 또한, 루비가 '노래는 너에게 어떤 느낌을 주느냐' 는 선생님의 질문에 몇마디 대답을 하다가 성에 차지 않아, 손짓으로 표현하는데...그 고요함 속에서 루비의 마음이 온전히, 오롯이 전해졌다. 스크린 속의 인물이긴 하지만 뭔가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마음속으로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던 것 같다.


'입말' 로만 대화하는 우리는 어쩌면 언어의 한계에 갇혀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소통이 아니라, 마음을 전하는 데에 있어서 '언어'는 오히려 걸림돌이다. 마음에 비해서 언어는 너무나 작은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언어로밖에 표현할 줄을 모르니까. 몸짓과 표현, 춤, 멜로디...와 같은 것들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전해주는지도. 특히나 대화할 때 눈을 마주치지 않고 얘기하는 분들도 많지 않은가. (쑥쓰러워서, 정신없어서, 자기말만 하느라...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이런면에서 수어를 사용하는 분들은 항상 눈을 보면서 대화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소통에 있어 더 오해가 적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tmi. 아래 영상은 코다인 국내의 이길보라 감독이 눈을 꼭 보면서 얘기하는 습관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이길보라 감독은 코다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 <반짝이는 박수소리>를 만들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길보라 감독의 눈빛은 정말 초롱초롱하다. 눈빛으로 진심을 담아 대화하는 이들의 눈은 누구든 빛이나는 것 같다.)


https://tv.kakao.com/channel/3647846/cliplink/419951982


이 영화를 본 후, 요즘은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과 몸짓에 더 주의를 기울여 보게 된다. 



2. 루비의 선택에 대하여


선택은 늘 두려움을 동반하고, 두려움을 피할 것인지 정면돌파할 것인지는 당사자의 몫.

그리고 그 선택은 나를 성장시키기도, 머무르게하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해볼만한.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면 당연히 성장할 수 없다. 그게 부모든, 친구든 애인이든, 스승이든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젠가 독립해야 한다. 성장하고 싶다면, 상처로부터 회복하고 싶다면, '진짜 나'를 알고 싶다면 의존하는 누군가로부터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독립'이란건 단지 '내가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의존하는 누군가로부터 자발적으로 걸어나올 수 있는 것도 의미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누구나 선택의 순간마다 두려움을 마주한다. 어떤 이들은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을, 또 어떤 이들은 두려움에 정면돌파하는 쪽을 선택을 한다. 어떤 것도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수는 없는 법. 단지 우리는 그 선택이 가져올 모든 결과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할 뿐이다. 후회도, 미련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그런 면에서 루비가 어떤 식으로 선택을 해나가며, 변화해나가는지를 주목해보는 것도 좋겠다. 


익숙한 것에 머무를지, 또는 낯선 길을 선택할지는 우리가 매순간 경험하는 갈림길이지 않나. 루비를 보며 나의 삶을 만들어간 선택들은 어떠했는지, 그 선택은, 정말로 나를 위한 선택이었는지. 그 것을 통해 나는 어떻게 달라졌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았다.



*VIP시사회 초대를 받아 관람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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