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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May 26. 2023

가장 쓸모없는 자아를 불러내

나에게, 아니 우리 안에 수많은 자아가 존재하는게 맞다면, 그렇다면 생각해본다.

어쩌면 집을 나서는 순간 수많은 자아중 가장 쓸모있고 세련되고 재주가 좋은 자아를 꺼내들고 무대에 오르는 건 아닌지. 어쩌면 가장 공격적인 혹은 가장 방어적인 녀석을 앞세워 전쟁터로 나가는건 아닌지 하고.



아아...가여운 쓸모없는 자아. 엉망진창을 좋아하고 추하고 형편없는 아이.

가만히 그 못난 자아를 밝은 곳으로 불러내어본다. 

어디 한번 안아보자. 작고 가여운 아이야. 

그냥 이렇게 같이 있고 싶었어.

오늘 나는 준비가 되었으니 마음껏 쓸모없어져도 돼. 

내 일상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돼. 

한껏 들떠서 깽판을 쳐도 돼.

실컷 우울해서 온 세상을 캄캄하게 만들어도 돼.

잃어버려도 돼. 멍청해도 돼. 다 줘도 돼. 다 놓아버려도 돼.

촌스러워도 돼. 홀딱 벗어도 돼.

사랑해도 돼. 사랑하지 않아도 돼. 

분노로 가득차 몬스터가 되어도 괜찮아.


그렇게 뭐든지 하고, 동시에 아무도 아닌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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