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잇 아웃

온전한 자아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아들러 심리학에서 칼 융의 심리학으로

by 김혜령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있다.' 라는 책을 추천했던 기존글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전편 바로가기 -> https://brunch.co.kr/@kundera/28


미움받을 용기 vs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우리는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대체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원인론'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과거에 이러이러 했기 때문에 난 지금 이러하다. 식의 해석이다. 특히 현상황이 좋지 않을 수록 과거에 이러한 환경탓에, 부모탓에, 직장탓에 난 할 수 없었다, 이뤄내지 못했다. 지금 내가 별볼일 없는 건 과거에 이런일들 저런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는 생각이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심리학에 그리스철학이 가미되었다. 그래서 확실히 철학적인 무게감이 강하다. 쉽게 읽히기는 하나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아들러 이론이 '안티테제(antithese)'의 성격(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에 반대되는)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자체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말한 원인론적 사고방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돈을 경험하고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한다. 그리고 이것이 저자의 목적이기도 했다. 기존의 생각방식을 뒤집고 주체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자, 이제 인생의 거짓말에서 빠져나오게. 그리고 두려워 말고 '지금, 여기'에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게.자네에게는 그럴 힘이 있어.

- '미움받을 용기' 중 철학자의 말-


어떤면에서는 밑도끝도없이 인간에 대해 긍정하는 철학자의 반복적인 설명은 '현실주의자'들에게 자칫 답답하게 들릴 수 있다. 특히, 책의 초반을 이끄는 중심이 되는 명제, '과거는 현재의 당신을 결정짓지 않는다.'의 경우를 보자. 즉, 우리는 '과거'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라고 강조한다. 좋게 해석하면 '너의 과거에 어떤 안좋은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넌 그 것과 상관없이 지금 행복할 수 있다.'일 것이다. 책 속의 철학자는 아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해석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모두가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들러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트라우마 따위는 없다.

그건 지금 네 현상황을 합리화 시키고 싶은 핑계에 불과하지.


이것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과 가장 대조되는 주장이며, 실제로 이 지점 때문에 프로이트와 아들러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된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은 과거에 받은 상처에 대해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다소 냉정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를 추천하는 이유가 상당부분 여기에 있기도 하다. 개인의 어두운면과 상처를 인정하고 그것에 포커스를 두기 때문에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에 좀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어도, 이면의 것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으니까.


책 제목에 나와있는 용어인 그림자는 은유적 표현인데, 인간의 무의식에 들어 있는 자아의 어두운 면, 또는 다른 면이며, 대개 의식이 부정하거나 외면하는 성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자(부정적인 면)를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하는 투사를 사용한다.



나는 선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온전한 사람이 되고싶다.
-칼 융-

융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통합시켜서 더 성숙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내 성격의 일부이지만 나의 것으로 인정하기 싫어서 부정하거나, 혹은 아예 타인에게로 방향을 돌려 투사하는 '그림자'를 잘 어루고 달래서 더 성숙한 자아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미움받을 용기'를 읽기를 권하면서는 뭔가 희망적인 것을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를 권하면서는 다소 우울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내가 그랬다.)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은 우리 내면의 원수에게도 마찬가지다. 만일 우리 안의 그림자가 튀어나올 기회만 엿보고 있거나 불이 붙을 기회를 노리고 있을 때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 우리가 내면에 있는 원수를 사랑할 수 있다면 바깥에 있는 원수도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중에서 발췌-


결론적으로 두 책을 모두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꼭 '미움받을용기'와 '나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가 아니어도, 아들러 이론과 칼융의 이론을 모두 접해보았으면 좋겠다. 의학자들이 직접 쓴 1차 문헌은 딱딱하고 어려우니, 좀 더 쉽게 풀이된 위의 책들을 권해보게 되었다.


어떤 이론을 받아들이고 그 것을 실제 삶에 적용하느냐는 독자의 선택이다. 다만, 내 개인적으로는 아들러의 이론만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안그래도 실천이 힘들다는 이론인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 과거의 상처가 깊은,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현재의 부조리함이 과거에 내가 통제할 수 없었던 어떤 힘으로 결정되버린 경우에 대한 위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해할' 기회를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미움받을 용기'처럼 '지금,여기'에 집중하며, '목표'만 보고 가고 싶지만 그 것이 정말 어려운 이들에게는, 과거의 상처를 이해하여 아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칼 융의 의도대로 자신이 덮어버린 그림자에 집중할 기회를 주고 그 것 또한 자신의 밝은면과 유연하게 결합시키는 일. 어쩌면 부모님을 이해하거나 어렸을 때 그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하고, 나의 그림자를 이해한다면 '목적론'적으로 생활방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본다.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데에 새로운 관점(개념)들을 제시함으로서

자아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이해, 온전한 자기자신이 되기를 독려한다. 어쨌든 Adler도 Jung도 그들의 이론을 받아들이는 독자들에게 바라는 목적은 같은 맥락인듯 하다.

아래와 같지 않을까? (한문장으로 정리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Jung - 온전한 자기자신이 되는 것

Adler-자신의 진정한 삶을 사는 것(자립하는 것)


심리학뿐만 아니라 많은 인문서적들이 쏟아져나와,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읽지 않았더라면 오히려 더 단순하고 쉽게 갈 수 있었을 뻔한 길을 되돌아가는 듯한 기분도 들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내 삶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아들러가 무엇이라고 했든 융이 무엇이라고 했든 혹은 부모님이 뭐라고 강요를 하신다고 한들 세상은 내가 낀 안경에 비추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살지도 나에게 달려있다.


정혜윤 작가가 말했듯이 좋은 책은 읽고 난 후에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해답은 좀 전에 마지막장을 덮은 그 책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걸 명심하시길.




P.S. 위 글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판단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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