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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Aug 14. 2016

이성과 감성, 함께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

동물과의 공존, '앎'의 문제.


나의 반려견에게 주지못한 '개다운 삶'

우리집에서 함께살던 반려견 대니가 길을 헤매다가 사고로 죽었다. 그게 바로 1년전이다. 잠깐 방심한 틈에 강아지는 길을 잃었고, 우리는 찾기 위해 온힘을 다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든 책임은 우리에게 있었다. 그 이후로 우리가족은 누구도 그 일에 대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각자가 안고있는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고, 아픈 서로를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그렇게 1년하고도 두달이라는 시간이 갔지만, 나는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부모님은 어떤 마음이실지 모르겠다. 나의 경우, 가장 큰 미안함은 살아있는 동안 더 '개답게' 살게 해주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오롯이 우리의 필요로 인해 키우게 된 강아지였고, 그 사건이 있던 날까지 우리가족의 패턴에 맞추어 키웠다. 8년전 대니가 우리집에 온 건, 허전해 할 엄마를 위해 오빠와 내가 동물병원에서 돈을 주고 입양했기 때문이었다. 둘다 학업때문에 집을 떠나 타지생활을 하게 되었기에 혼자있을 시간이 길어진 엄마에 대한 선물같은 존재였다.

우리 강아지는 다리가 긴 푸들이었는데, 점프력이 뛰어나고 달리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바쁘다는 이유로 대니가 자유롭게 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마련해주지 않았다. 또한 집을 자주 비웠기 때문에, 오랜시간 집안에 홀로 있어야 했다.


홀로 있었을 대니를 상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그래서 멀리 가버린 것은 아닐까. 우리는 대니로 인해 많이 행복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해주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많이.


혼자있는 스트레스 때문에 배변을 아무데나 본다는 걸 알았지만, 우리는 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신문지를 돌돌말아 강아지앞에 두드리면서 겁을 줘야 했다. 그를 혼자두지 않았다면 쉽게 고쳐졌을 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죄책감에서 시작된 관심, 그리고 알게된 것들

나는 대니를 보낸 이후 동물을 보며 마음아파하는 일이 잦아졌다. 유기견이나 학대받는 강아지에 대해서 유독 심했다. 아마도 죄책감이 가중된 동정이리라. 또한, 자연스럽게 동물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몇몇 동물보호단체에 작은 금액이지만 정기 후원을 하게되었다. 뿐만 아니라, 길을 잃은 개를 발견했을 때는, 주인을 찾기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기도 했다.(이건 당연해보일지 모르지만, 게으르고 무관심한 편인 내게는 큰 변화였다.)


이마트내에 있는 펫샵에 있는 강아지. 이 강아지는 어디서 왔을까. 강아지의 엄마는?


기부를 하고 있는 동물보호단체가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매거진과 뉴스레터를 통해 알게된 새로운 정보들은 대부분 충격적인 사실들이었다. (불법개농장, 동물원의 실태, 펫샵의 진실, 일반가정에서도 일어나는 동물학대, 버려지는 애완견들) 그외에도 내가 알아야했지만 모르는 게 정말 많았다. 한 생명과 함께 살기 위해서 준비해야할 것은 개집과 개밥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강아지도 우울증에 쉽게 걸린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또한 동물병원에서 일정금액을 주고 강아지를 데려올 때,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다는 것을 알았다. 혹은, 이 강아지가 어디서 왔는지 한번쯤은 궁금해 했어야 했다. 최소한 대니의 엄마가 어디서 어떻게 이 강아지를 낳았는지는 알았어야 했다.


이제 와서야 생각하는 것이지만 무지(無知)도 이기적인 것이었다. 


강아지공장의 어미개들. 이들은 산책을 한번이라도 해보았을까.   / 출처:동물자유연대



'동정'과 '분노'만으로는 부족하다.

애완동물을 한번도 키워보지 않은, 동물과 무관한 사람들 조차  TV프로그램 SBS동물농장 '강아지공장의 불편한 진실'(765회 2016.5.15.자 방송)을 보고 분노했다고 한다. 비위생적이고 좁은 환경에서, 발정제까지 맞아가며 새끼만 낳다 죽는 동물들을 보며 마음아파 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분노는 분명 강아지들을 그렇게 만든 인간을 향한 것일 테다.


정말 많은 동물학대사건, 유기사건 들이 존재한다. 이 사실을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고, 그 사실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우리는 학대와 유기를 하지 않은 개인으로서는 아무 책임이 없다. 그러나 '공동체'로서의 우리는 책임이 있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귀여운 특정 종의 강아지를 고액을 주고 분양받으려는 친구에게, 사람에게 버려져 새 보호자가 필요한 유기동물이 8만마리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는 있는 것이다.


동물보호시민단체가 확보한 불법번식장(왼)내부사진과 경매장(오)사진 / 출처: KARA(동물보호시민단체)



우리가 계속 펫샵에서 돈을 주고 강아지를 상품처럼 산다면, 불법번식소(개농장)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건 동물을 동물답게 살지 못하도록 우리가 인위적으로 막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귀여워서, 혹은 외로워서 애완동물을 기르고자 한다면 우리가 아기를 임신했을 때 육아에 대해 공부하는 것처럼 생명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동물에게도 '복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아기를 사람답게 키우기위해 애쓰는 것처럼, 개들을 개답게 고양이들을 고양이답게 키우려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왜 뜬장에 갇힌 강아지들이 그렇게 살아서는 안되는지,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한다.


공존이라는 건, 이런 사실을 아는 데에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과 동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보편적 선의에서 출발한 이성적 사유는 냉정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인간적입니다. 이성적 사유가 없는 동정은 방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왜냐면 방향이라는 것은 저절로 설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성적 사유능력을 동원해서 방향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동물학자 피터싱어('동물의 권리'에서 발췌)-


동물학자 피터싱어는 인종차별의 연장선상에서 동물에 대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단지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자를 노예로 삼거나 학대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과 같이 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의 주장은 오히려 이성에서 시작되어 감성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동물 역시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으로 이해하고, 동물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 누구나 동정을 느낄 겁니다. 그러면 이에 따라 행동하고, 동물과 상호작용하게 되겠죠.

-피터싱어-




우리는 동물을 보호해줄 수도 있고, 학대할 수도 있는 존재


우리는 돈을 주고 동물을 살 수도 있고, 길거리에 내다 버릴 수도 있다. 동물을 학대할 수도 있고, 죽어가는 동물을 살릴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이러한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뜻이 아니다. 동전의 양면같은 그 능력(?) 혹은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각자에게 달린 문제다. 이 자유를 (인간을 포함한)생명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쪽으로 사용할 때 진짜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삼시세끼' 출연 후 방치된강아지들.  근황이 궁금했던 시민의 관심 덕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안전한 동물복지센터로 인계됨./출처:동물자유연대




참고자료 출처

동물자유연대 www.animals.or.kr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www.ekara.org

도서 '동물의 권리 : 인문학 동물을 말하다.'/피터싱어 외 4 지음, 유정민 옮김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

1. 펫샵을 통해 애완동물을 분양받으려는 지인들에게 새로운 보호자를 기다리는 유기동물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2. 온,오프라인에서 동물학대를 발견했을 때 신고하기.( 증거 수집 후, 시군구청의 동물보호감시원에 신고)

3. 유기견을 발견했을 때 가까운 동물병원에 데려가 칩확인 요청 및 큰 동물일 경우 119에 도움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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