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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령 Sep 02. 2016

'브런치'에 글을 짓는다는 것.

나만의 다락방에서 작은 세계를 창조하는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 한 가지 의견, 즉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중에서


 소설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은 자기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온전한 자기만의 공간을 뜻한 것은 아닌가 짐작해 본다. 그것이 물리적인 공간이건, 심리적인 공간이건.



글을 발행하기까지 두 달.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기 시작한 지 한 달 하고도 열흘이 지났다.  작가 승인은 진작에 났었지만, 내 글을 공개된 곳에 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작가'라는 호칭은 나를 으쓱하게 만들어 글을 쓰는 동기가 되는 반면, 참으로 쑥스럽기도 했다.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둔 글들이 벽을 무너뜨리고 발행되기까지 두어 달의 시간이 걸렸다.


그 벽이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은 내 글을 사람들이 한심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의 벽이었다.


두 달여 만에, 완전하지 못한 낙서라도 무작정 발행할 수 있었던 건 특별한 계기는 아닌 것 같다. 서점에서 '서민적 글쓰기'라는 책을 보고 돌아온 날 저녁이었다. 서민(기생충학자이자 작가)의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 쓰기 때문에 온라인에 올리는 게 아니라, 이 곳에 글을 꾸준히 올림으로써 필력이 조금씩 나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 글을 발행하는 그 자체가 겁날 것은 없겠다는 생각.


블로그는 은행이고 거기다 글을 한 편 두 편 쓰는 건 돈을 조금씩 예금하는 것이라고, 그런 식으로 10년이 지나면 매우 많은 돈을 찾을 수 있다고. 그렇다면 블로그가 망해서 없어져버리는 사태는? 은행이 부도난 것과 같은 것일까?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블로그질을 10년쯤 한 뒤에 찾은 것은 그간 썼던 글이 아니라 그동안 발전한 글솜씨니 말이다.    -서민 '서민적 글쓰기' 중에서-


그러니까 글을 발행하게 된 용기는, 내 글이 사람들을 보여줄 만큼 썩 괜찮다는 자신감에서가 아니라 공개된 곳에 글을 올리는 것 자체는 별거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글을 꾸준히 올리기만 하면 내 문장도 나아지리라는 믿음에서였다. (물론 초기 몇 개의 글은 구독자도 몇 명 없었거니와.)

때마침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도 읽었던 터라, 남들의 시선을 덜 신경 쓸 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정리되는 시간

하지만 글을 하나씩 발행하기 시작한 후 얼마 가지 않아, 브런치는 나의 작은 세계가 되어주었다. 마치 나의 작은 다락방이 생겼다고나 할까.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 브런치에 수다를 떨고 나면, 혼자서 일기를 쓸 때보다 좀 더 마음이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낙서장에 끄적거리는 것이 혼자서 중얼거리는 것이라면 브런치에다가 글을 짓는 것은, 누군가의 귀에 대고 얘기하는 것에 가까웠다. 게다가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고 라이킷(하트)을 눌러주는 것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되었다. 또 다른 글을 쓸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고.


그리고 아무래도 글을 발행할 경우, 읽는 사람을 생각해서 글을 다듬는 작업이 있다 보니 내 생각도 정리되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평소에 작은 노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생각들을 끄적이곤 했는데 , 말 그대로 끄적이기만 할 뿐 정리하는 과정은 아니었다. 브런치를 발행하면서는 글의 시작과 끝이 있어야 했고, 좀 더 읽는 사람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수정해가다 보니, 이것이 결국 내 생각을 정리시켜주는 데에 도움이 된 것이다.



나의 다락방, 그리고 정체성

어렸을 때부터 내 버킷리스트에는 '나만의 멋진 서재를 갖는 것'이 있었는데, 이미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다락방이라고 부르는 이 곳,  '브런치'가 어느 정도 그 욕망을 채워주었기 때문은 아닌가 짐작해 본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 멋들어진 서재라는 것이 물리적 공간은 아니었나 보다. 오히려, 심리적인 나만의 세계를 갖고 싶었던 것이며 동시에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던 욕구는 아니었을까.


어쨌든 요즈음의 난, (브런치에서만큼은) 글을 짓는 사람이 되었고, 그 행위와 즐거움이 나 자신을 좀 더 선명하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덧붙여, 가끔 아래와 같이 Daum이나, SNS, 혹은 브런치 메인에 글이 노출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글에 관심을 가져주고 공감해줄 때,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브런치에 발행한 글이 온라인 사이트에 떠있어서 신기했다./ 시계방향으로 브런치메인, 카카오채널, Daum초기페이지,카카오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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