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브로콜리 등장이요.
요즘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들을 듣느라
브로콜리를 생각하다보니
귀에 맴도는 말 브로콜리 브로콜리.
브로콜리에 대한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1년전쯤인가 남편과 보문동 어느 골목을 걷다가
화단의 키작은 초록나무 아래에 숨은그림찾기처럼 자리잡고 있는 브로콜리를 발견했다.
마치 화단나무와 한몸인냥 똑같은 초록빛을 내며 거기 있었지만
분명 그는 그자리에 있을 수가 없는 브로콜리였다.
거긴 브로콜리 밭도 아니었거니와
브로콜리가 심어져 있는 것도 아닌
마트에 보았던 모습 그대로, 단하나의 브로콜리가 그냥 거기에 덩그러니 몸을 뉘고 있었다.
누군가 거기다 브로콜리 하나를 떨어뜨리고 갔나.
초딩들이 보물찾기처럼 브로콜리 찾기 놀이를 하다가
결국엔 못찾고 돌아간 것은 아닌지.
어쩌면, 브로콜리가 제발로 마트를 도망쳐나와
거기서 잠깐 쉬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너무나 뜬금없는 그 장면에
어이가 없고 웃겨서
한참을 깔깔대고 웃었다.
브로콜리는 좀 귀엽게 생겼다.
줄기부분을 손으로 잡고 들면
동글동글한 아이스크림 같기도하고
모양새가 꼭 부케같기도 하다.
브로콜리 라는 단어는 어감이 좀 독특해서
뭔가 중독성이 있다.
브로콜리.브로콜리.
어둑어둑해진 밤,
뜬금없는 브로콜리의 등장에
깔깔대고 웃었던 그날이 그립다.
항상 이치에 맞는 모습이어야 하는 직장생활을 하고있기는 하지만,
이놈의 인생은 뜬금없는 일들의 연속이다.
느닷없는 브로콜리의 출현과 같은
엉뚱하고 재밌는 일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오늘의 브로콜리는 조금 슬픈일이었다.
오늘의 맥락없는 브로콜리를 지워내느라 고단한 퇴근길.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 분은
오늘밤 잠들기전 귓가에 맴돌거에요
브로콜리 브로콜리 브로콜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