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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만큼 중요한 망각력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by 김혜령

기억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망각하는 일 아닐까.


이따금씩, 어떤 기억들이 나의 해마를 스칠 때면, 손쓸 틈도 없이 흔들려 버리곤 한다.

아니 이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단 말이야?

너무나 잊고 싶어서 내 무의식도 못 알아챌 만큼 깊은 곳에 묻어두었는데.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뜬금없는 이유로 촉발된 사건은 머릿속을 휘젓는다.

결국 한동안, 그 기억에 압도되어 슬퍼하거나, 부끄러움에 이불 킥을 날리거나

쓸데없는 감상에 젖을 수밖에...

기억이 다시 저 먼 곳으로 사라질 때까지.


영화 '이터널선샤인'의 한 장면. 주인공은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우기 위해 아픈기억만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간다.




기억력 덕을 보는 건 꼬마 영재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고

나이가 들수록 적절한 망각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한듯하다.

(난, 암기력이 좋지 않아서 학생 때 꽤나 고생했는데, 망각도 제 역할을 하는 것 같진 않다.)


실제로, 망각은 인간의 뇌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보고 듣고 일어난 모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다면
우리의 뇌는 과부하로 졸도할지도 모를 일이지요.


나의 특별한 일이나, 기념일을 기억해주는 사람도 참 좋지만

나의 실수와 잘못을 잘 잊어주는 사람도 마음 깊이 고마울 것 같다.


똑똑한이들이여.

내 철없던 시절의 잘못들, 자잘한 허세들, 부족함 들을

꼭 기억에서 지워주기를!

오늘하루 서툰 오지랖이 만들어낸 말실수들도 잊어주기를!

(나 자신에게도 바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기억은 더 선명해지는 것 같군요.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 The persistence of memory'

브로콜리너마저가 부릅니다.

'잊어야 할 일은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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