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함
경계인의 세계(2) 적당함
북클럽 어린이들과 본격적으로 책 여행을 떠나며 토요일 오전과 오후에 어린이들과 취향 책을 읽고 함께 대화를 나눴다.
어린이들이 진지하게 책을 보는 모습에 한 번, 서로 대화를 나누며 흥미를 느끼고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한 번, 집에서 북클럽이 좋았다고 자랑했다는 말을 들으며 한 번, 뭉클함의 연속이었다.
북클럽은 오전 10시~12시, 오후 2시~4시 총 두 번 진행하고 있다. 오전에 4명의 어린이들과 오후에 5명의 어린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모험 책과 질문지를 가정으로 보내며 부모님과 함께 책을 통해 모험을 떠날 것을 부탁드렸다.
오전 반에는 ‘숙제’라는 주제가, 오후 반에서는 ‘소중한 물’과 ‘적당함’이라는 주제가 어린이들의 대화의 장을 열었다. 나는 어린이들에게 두 가지 예의만 알려줬다.
‘내가 말하고 싶은 만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이 두 가지 예의를 지키며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각자의 의견을 들으며, 흥미를 느끼고, 자신의 이야기를 건넸다. 세 가지 주제에 대한 결론은 ‘적당함’으로 모아졌다. 에바 알머슨과 고희영 작가의 『엄마는 해녀입니다』(난다)를 취향 책으로 읽은 어린이가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오거라”라는 문장이 명언 같다고 했다. 어린이들은 각자 ‘적당함’에 대해 ‘노는 것’, ‘책 읽는 것’, ‘먹는 것’ 등을 예로 들며 대화를 나눴다.
어린이들은 ‘적당함’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적당함’을 원했다. 중국 학교는 숙제가 엄청나게 많다. 숙제를 하다가 새벽 1시에 자고, 학교를 가기 위해 6시에 일어나는 어린이들(중국 학교는 8시에 수업을 시작한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학교와 학원에서 주어지는 ‘무게’에 대해 내가 어린이들에게 안타까움을 표하거나 비난할 순 없다. 어린이들이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그 시스템에 반대하게 만들 순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북클럽에서만이라도 ‘책’을 통해 여행하듯 자신만의 취향의 세계를 거닐고, 모험하듯 싫다고 생각했던 책에 다름이 있음을 알게 해 주며 잠시 ‘쉼’을 줄 수밖에 없다.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은 결국 사회로 돌아오게 되는 거 같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린이의 ‘적당함’을 지켜주는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 주말이었다.
어린이들은 나에게 친구이자 선생이었다. 이렇게 숙제를 내준다. ‘적당함’과 ‘중도’와 ‘치우치지 않음’ 아마도 평생 풀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오늘은 다양한 독자들을 만났다. 타 지역에서 칭다오로 이전해 오신 독자, 오랜만에 책을 읽으려고 도전하는 독자, 선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을 밝힌 독자, 조용히 도서관에서 와서 책을 살핀 후 도서관에 반했다고 말한 청소년 독자,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호의를 베푸는 어린이 독자, 가까운 곳에 살지만 도서관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아쉬워하는 독자 등 칭다오에는 다양한 독자들이 있다. 다양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도서관에 대해 문의하며 고민을 이야기하는 분들과 이야기해도 결국 ‘적당함’에 대한 주제로 대화를 마무리하게 된다. 어린이 독자가 준 숙제가 결국 청소년 독자와 어른 독자에 이르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월요일은 일단 적당히 쉬고 적당히 힘내며 적절한 길을 찾아보겠다. 계속해서 질문하다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함께 질문하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있어 좋다.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언제든 함께 질문해 주고 함께 답을 찾아가면 좋겠다. 나도 나의 숨만큼만 조금씩 실행해 나아가려고 한다. 적당히 진지하게, 적당히 재미있게, 적당히 보람 있게.
_2021. 4월. 1년 만에 칭다오에 복귀하고 시작한 어린이 북클럽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남긴 글이다. 지금은 주말에 30명의 어린이, 16명의 청소년이 북클럽에 참여하고 있으며, 교민들은 화요일 심야 독서모임, 수요일 글쓰기 모임 수작, 목요일 시 낭독 모임 시발(诗发, 시에서 출발하자)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