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의 세계(1)

어린이의 노동 시간 : 주 52시간

경계인의 세계는 칭다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다가 끝내 이방인으로 고국에 들어가게 되는 어린이, 청소년, 교민들에 관한 글입니다. 한글학교 어린이 북클럽, 청소년 북클럽, 성인 북클럽, 도서관 운영 등을 통해 만난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주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유하며 질문을 던져보는 글입니다.


경계인의 세계(1)-어린이의 노동 시간 : 주 52시간 근무제의 사각지대


아침 9시까지 출근해서 오후 6시까지 일하는 삶은 얼마나 피곤한가요. 야근이라도 있는 날엔 그날의 피로는 더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어린이들은 어떠한가요. 이곳 칭다오에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 제 숨이 막힐 거 같습니다. 북클럽을 하기 전 국어 교과서로 수업을 진행할 때 한글학교에 오는 어린이들의 표정에는 '피곤함'이 어른 못지않게 찌들어 있었습니다. 어린이들도 피로를 호소했죠. 놀다 치지는 것도 아니라 공부하다 지친 2~4학년 친구들을 상상해 보셨나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어린이에게 공부는 '일'입니다. '놀이'가 될 수 없는 어른의 '일'에 해당합니다. 어린이들은 아침 8시에 등교해서 학교가 끝나는 대로 학원이나 보습학원에 가서 숙제를 하거나 또 무언가 배웁니다. 왜 배우는지 모르고 배우는 경우들도 있겠죠. 그렇게 지식의 피로도와 육체의 피로도가 동반 상승합니다. 지금 열심히 학원을 다니고 공부하면 부모님이 원하시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축구에서 200% 힘으로 풀타임 출전한 선수가 다음 경기에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요.


바오롱 광장에 있을 때 학원가를 둘러보면 정말 안타까운 표정으로 몸을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하는 어린이들을 많이 봤습니다. 어린이에게는 '나를 키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꼭 책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진정으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들은 최선을 다합니다. 그 최선에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이 깃들어 있어서 어린이들은 과한 노동에 시달립니다. "00 이는 무슨 학원 다닌대." 어린이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또 다녀야 하는 학원 하나가 늘었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죠.


어린이도 주 52시간 근무제의 울타리 안에 들어왔으면 좋겠습니다. 창의력을 키우러 가는 그곳에서 창의력과 영혼이 1+1로 죽어가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칭다오에 있는 어린이들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랍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 활기찬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


오늘 "책장은 몸이고 책은 옷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래된 책은 예쁘게 진열해서 복고풍으로 유행시키고, 신간은 신상답게 이목이 확 끌리게 진열해서 다양한 신상을 보게 만드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귀찮아도 멈추지 않고 이 일을 계속하는 일 밖에는 없습니다. 어린이의 취향과 어린이의 시간과 어린이의 자아가 존중받길 바라며, 짧은 글을 마칩니다.


"이 글을 읽은 아이들은 저마다 '나를 키우는 시간이 언제더라?'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의 기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길 바랐다. 공부만 하면서 살아가는 열일곱 살의 아이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하고운,『우리들의 문학시간』(롤러코스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