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늘의 문장_경이로운 야생세계를 위한 특사

실내식물과 몬스테라와 꺾이지 않는 마음

오늘의 문장은 야생의 식물이 반려식물로 거듭난 역사부터 전망까지 다룬 마이크 몬더의 『실내식물의 문화사』(신봉아 옮김, 교유서가,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눈부시게 찬란하든 누렇게 시들었든 간에 각각의 실내식물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경이로운 야생 세계를 위한 특사가 되리라는 것이다. 인도 북동부에서 인도고무나무의 살아 있는 기근들이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처럼 얽혀 있는 세계, 건조한 아프리카 관목지대에서 검은 코뿔소가 산세비에리아의 다육질 잎을 찾아다니는 세계, 열대 나비들이 군자란의 꽃가루를 옮겨주는 세계, 디펜바키아 화분이 아마존 지역 가정들의 액운을 막아주는 그런 세계 말이다. _199p


절대 꺾이지 않는 몬스테라


갑자기 공지를 올리고 문을 닫아서 놀란 분들도 있을 거 같습니다. 무엇보다 30분 정도 일찍 닫아서 헛걸음하신 분들에게 죄송합니다. 준서가 파인애플을 먹고 얼굴이 빨개지고 숨을 쉬기 어려워한다는 연락을 받고, 일단 집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리니 택시 타고 병원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비가 와서 택시가 안 잡혀서 제가 급하게 문을 닫고 집으로 가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원에 사람이 너무 많고, 준서도 알레르기 반응은 아닌 거 같아 집으로 그냥 돌아왔습니다. 준서는 집에 돌아오자, 혈색이 돌아왔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뛰어놀았답니다.


 그런 날이 있습니다. 뭔가 폭풍우가 몰아친 거 같은데, 꿈이었던 거 같은 날, 그런데 피해는 확실한 날이 있습니다. 인과관계가 모두 꼬인 날,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서관에 있는 몬스테라는 새로운 잎을 펼치고, 가로수의 나무들도 비바람에 무심하게 흔들릴 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준서가 아무 일 없으면 그걸로 됐습니다. 병원에서 애착 장난감인 '상어'를 잃어버려서 며칠 동안 상어를 찾겠지만, 이별도 할 줄 알아야겠지요. 이방인이라 시끄러운 일 만들기 싫어서 아들이 제일 아끼는 장난감 가져갔냐고 묻지도 못한 아내와 저의 마음만 속상할 뿐입니다.


 그래도 쓰니까 좀 풀리네요. 이렇게 풀어놓은 문장들 위로 꽃과 같은 내일이 피어나길.

꺾이지 않는 몬스테라의 마음으로 안녕.


도서관은 내일 오전 11시에 개관합니다. 요즘에 갑작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오시기 전에 모멘트에 휴관 공지는 없는지 확인하고 오시길 부탁드립니다.


#실내식물의문화사 #마이크몬더 #신봉아옮김 #교유서가 #오늘의문장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질문_나무는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