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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나무는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나무의 인내와 비 그리고 박연준 시인 2023.09.19.

오늘의 질문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듣는 사람은 적어서 시끄러운 세상입니다.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대치하게 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과신과 조롱이 섞여서 혐오가 되고, 다양성의 시대에서 흑과 백으로 나뉘는 모순을 보게 됩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느 순간 바뀌고, 정치의 종교화와 종교의 정치화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구라는 하드웨어가 망가지고 생태계와 사회라는 소프트웨어까지 망가지는 시대에도 여전히 희망을 품고 싶습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가 뭘까요? 저는 그 차이에 희망을 두고 싶습니다. 인간만이 나와 가족이 아닌 다른 존재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것, 본능을 조절하고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출근길에 잠시 생각해 봅니다. '인류애'라고 해도 되겠지요. 국민, 중앙, 노컷, KBS, SBS, 한겨레, 조선일보의 기사는 종종 확인하는데, 한 사건에 대한 언론사의 입장 차이가 "손에 뺨을 맞았다"와 "손으로 뺨을 때렸다" 수준으로 차이가 나지만, 요즘 읽는 기사들의 공통점은 "인류애 상실"인 거 같습니다.


 이런 암울한 생각을 하며 제가 품고 온 질문은

"어떻게 하면 인류애를 회복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호젓하게 서 있는 가로수들을 보기 전까지는요.


 90초짜리 신호에 걸려서 잠시 가로수와 소실점을 바라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처럼 자기 자리만 잘 지키고 있어도 세상이 참 아름답게 변할 텐데..."

 봄에 어린이들과 나무를 3주 동안 관찰하며 가만히 있는 나무의 성장을 보고 놀랐던 일도 생각났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나무는 그 많은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입니다.


답답한 마음을 하늘이 아시는지 비를 대차게 내려주시네요.

도서관 대여용 우산 몇 개 더 주문했습니다.

비 피하러 오세요. 경향도서관은 고품격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

머무는 문장


 나무도 이곳에서 벗어나 다른 데로 가고 싶을 때가 있을까? 가만히 앉아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내게 나무가 이파리를 흔들어 보인다. 마치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아. 나는 늘 움직여. 매일 이곳을 떠나. 매일 다른 나무가 되고, 다른 세상을 본단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는 힘을 뺀 채 바람을 따라간다. 춤추는 이파리들. 나무는 자유다.   
_박연준, 『고요한 포옹』(마음산책, 2023), 92p.


 도서관은 오후 7시까지 개관합니다.

비 오는 날 도서관은 더 예뻐요.

#박연준시인 #고요한포옹 #마음산책 #오늘의질문 #인류애 #나무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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