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늘의 질문_10년 후에도 경향도서관은 샘물로 존재할까

미래와 희망과 샘물 그리고 장석남

오늘의 질문


제가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왜 이렇게 살아요?"입니다.

대부분 저의 대답은 '좋아서요'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돈을 버는 일이 좋은 일이고, 누군가는 돈과는 조금 동떨어져도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사는 게 좋은 일이기도 합니다.


칭다오라는 도시를 사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직은 일방적인 짝사랑에 가깝지만, 언젠가 이 도시도 저와 이방인들을 힘껏 사랑해 줄 거란 막연한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10년 후 이 도시의 한인사회를 종종 생각해 봅니다. 누가 남아있을까, 한인사회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똑같을까, 발전할까, 등등. 10년 전에 지금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듯이 10년 후의 상황도 쉬이 예측하긴 힘듭니다. 사람은 한 치 앞을 모르는 존재이니까요. 나에게 주어진 게 '지금'밖에 없다면, '지금'에 집중하고 싶지만, 이따금 '10년 후'를 생각합니다.


어제 갑자기 현타가 온 건, 10년 후에 준서는 여전히 초딩이고, 희동이는 10대 진입이고, 저와 아내는 아직도 40대라는 것. 너무 급하게 살아온 게 아닌가 돌아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30년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너무 멀리 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막연한 희망과 믿음이 오늘을 살게 합니다.  


오늘의 질문은, "칭다오 경향도서관이 10년 후에도 여전히 고인 물이 아닌 샘물로 존재할 수 있을까?"입니다.


머무는 문장

 가을이 와서 어느덧 깊어가고 있습니다.

 깊어가다니요.

 어디로 깊어간단 말일까요.

가을 나무들은 길었던 푸른 세월을 마침내 붉은빛으로 익혀서는 내면으로 들입니다. 그러고는 긴 동안거冬安居에 임합니다. 마침내 중심을 열어 청정한 나티에 하나를 얻습니다. 나무들은 그렇게 깊어지는데 우리들 인연의 여러 얽힘들은 무엇으로 어떻게 깊어지는 걸까요. 벌레들은 밤새워 고요 속에다가 갖가지 수를 놓는 듯싶습니다. 처음엔 몇 필匹 될 듯싶더니 지금은 그저 손수건 한 장쯤 짜는 모양입니다. 그만큼 밤도 깊습니다.

 밤이 깊으면 병인 이런저런 먼 곳의 일들이 궁금해지곤 합니다. 먼 곳의 빛과 소리들이 그립습니다.

_장석남,「가만히 깊어가는 것들」『물의 정거장』(난다, 2015),


가을은, 특히 가을밤은 조금 멀리 보고, 멀리 가게 됩니다. 좀처럼 돌아오기 힘들 때도 있지만, 그 자체로 여행이 됩니다. 가만히 앉아 멀리 갈 수 있다면 손해 보는 일은 아니겠습니다. '장석남의 그렇다는 얘기'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오는 책이었습니다. 시는 '당신은 나쁜 사람이군요'라고 말하지 '당신의 행동을 고치세요'라고 말하진 않는 거 같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얘기로만 충분히 아플 수 있고, 돌아볼 수 있습니다.


명절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무거운 날일 수도 있고요.

어릴 적 먹던 전들이 엄마들의 땀으로 만든 것도 모르고 만드는 즉시 옆에서 주워 먹던 생각이 납니다. 누군가 연휴 때 편히 쉰다는 건, 누군가 그만큼 희생하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명절에 가게 문을 여는 사장님들의 마음, 조금 일찍 쉬고 정상영업 하는 마음, 그 마음을 10년 후에도 보고 싶습니다. 물론 10년 후에는 연휴 때 푹 쉬더라도 먹고사니즘 걱정 안 하면 좋겠고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왕이면 가족끼리도 '공평'하게 쉬고, 일하면 좋겠습니다.


차린 사람이 따로 있으면, 치우는 사람도 따로 있어야 한다고

이 연사 외칩니다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저는 휴일을 잘못 계산해서 내일과 주말까지 도서관 개관합니다(국경절만 생각한 바보, 여보 미안).

#난다출판사 #물의정거장 #장석남시인 #오늘의질문 #깊은밤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문장_각자에게는 각자의 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