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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추석인데 독자들이 도서관에 올까?

솔직함이라는 가속페달과 과유불급이라는 브레이크와 퇴고라는 정비

오늘의 질문


오늘이 추석입니다. 저는 오늘이 추석인지도 모르고 도서관 정상 개관이라고 해서 출근해 있고요. 좋은 관장이 되는 길은 바쁜 아빠가 되는 길과 맞닿아 있는 거 같습니다. 이웃집 한스와 TED가 문을 연 걸 보니 위로가 됩니다.


오후 7시까지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오셔서 편하게 쉬다 가시거나 연휴 때 읽을 책도 고르러 오세요. 한 분이라도 오면 문 연 보람은 있을 거 같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연휴 기간에 동시 공모전과 문학상에 출품할 작품을 생각하고 작성해 보세요. 글을 쓰는 과정도 자신에게 돌봄이 될 겁니다. 도서관에 와서 써도 좋고요.


저도 오늘은 도서관에 앉아 글을 쓸 예정입니다.  


오늘의 질문, "추석 당일에도 독자들이 책을 보러 도서관에 올까?"입니다. 아내에게 출근하면서 오늘은 모 아니면 도일 거 같다고 했습니다.


머무는 문장

내가 상정하는 독자는 언제나 '잘 보이고 싶은, 모르는 사람'이다. 독자를 아는 사람으로 상정하지 않는 건 아는 사람에겐 해야 할 말을 생략하거나 필요 없는 말을 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글에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대충 분위기만 피우다 끝내면 속 빈 강정이 되기 쉽다. 필요 없는 말을 하게 되면 사변적이고 꾀죄죄한 글이 된다. 둘 다 위험하지만 후자가 더 위험하다. 일기와 에세이는 여기에서 가름 난다. 일기를 잘 쓰면 수기가 되지만, 이 또한 에세이는 아니다. 에세이는 생각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을 주지만 수기는 읽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다. 수기는 '나'가 주인인 글이고, 에세이는 '독자'가 주인인 글이다. 일기는? 진짜 일기는 독자가 없다.

(중략)

솔직함은 재능의 일부다.


_박연준,「쓸 때 생각하는 것」『쓰는 기분』(현암사, 2021)


좋은 에세이는 읽고 나서 '한 방 맞은 기분'이 듭니다. 깊은 위로로 다가오기도 하고, 돌이키는 말로 다가오기도 하고, 에세이의 카운터 펀치는 여러 방향으로 날아옵니다. 이번 어린이, 청소년 문학의 밤은 '깨달은 것'에 주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 미친 시절을 통과하며 그래도 깨달은 게 하나는 잊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제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내가 행복한 순간에도 어디선가 불행은 시작되고 있구나'라는 것입니다. 주어진 것을 잘 쓰는, 기꺼이 감사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을 깨달으셨나요? 아무것도 없다면, '나는 이런 힘든 시절도 덤덤하게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구나'하고 자신을 칭찬하면 좋겠습니다.  


'솔직함이라는 가속페달'과 '과유불급이라는 브레이크'와 '퇴고라는 정비'로 고난의 시간 속으로 담대한 여행을 떠나고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출근해서 15분 정도 느슨하게 쓴 이 글이 1,700자 정도 되니, 에세이 2,000자~2,500자도 금방 쓸 거예요. 아주 쉽죠? 퇴고는 마음에 들 때까지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최종 심사 위원은 퇴고에도 진심인 분이랍니다. 부담은 가지지 말고, 일단 쓰자고요. 기회는 쉬이 사라지고, 후회는 오래 남습니다.


추석 당일, 도서관 오후 7시까지 개관합니다.

가족과 친구와 혼자와 책과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도서관은 일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휴관합니다.  


덧, 10시 40분에 쓴 글인데, 현재 총 15명이 왔다가 갔습니다. 창가에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독자가 있고요:)

도서관에서 먹는 점심, 전과 떡이라 우기자.

#현암사 #쓰는기분 #박연준시인 #오늘의질문 #에세이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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