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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눈치 게임 승리할 수 있을까?

연휴와 휴식 그리고 한병철 교수

오늘의 질문


일요일 오후에는 운영위원회 마치고 아내와 준서를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도서관으로 출근하곤 했는데, 이번 연휴 때는 일요일부터 쉬기로 해서 모처럼 집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습니다. 토요일까지 쉴 예정이라 시집 몇 권을 챙겨왔습니다. 시월이 되니 더 이상 여름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쉴 예정이라고 했지만, 어린이집도 쉬니 집이나 청양 근교에서 준서와 아내와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요. 그래도 준서가 아직은 낮잠을 잘 나이라 이렇게 오늘의 질문을 쓸 틈이 생기네요. 시월을 좋아합니다. 제가 일몰을 찍을 때 함께 찍히는 나무 두 그루가 신기하게도 시월만 되면 한쪽이 먼저 단풍이 들고, 다음에 다른 나무가 단풍이 들거든요. 몬스테라 알보와 비슷한 느낌일 거예요. 4월은 나무들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달이라면, 10월은 나무들이 가장 빠르게 타들어 가는 달입니다. 성장하는 것들과 사라지는 것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묘하게 비슷합니다. 이런 변화하는 계절엔 시가 잘 어울립니다. 무엇보다 시월은 고 허수경 시인의 계절이고요. 몇 년 전부터 허수경 시인의 육성 낭독을 듣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나올 텐데도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휴 때는 검색해 봐야겠습니다.


7일 동안 도서관 바코드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하다가 그냥 쉬기로 했습니다. 쉬는 날은 쉬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습니다. 베드민턴 단체전 29년 만에 금메달 축하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격투 게임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44세 김관우 선수의 인터뷰 장면입니다. 주변에서 그를 어떤 시선을 바라봤을지 상상하니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수들 모두 끝까지 안전하게 힘내시길.

오늘의 질문은, “기나긴 연휴 눈치 게임에선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입니다.


잘못하면 길에서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되는 연휴, 눈치 게임 시작입니다.


머무는 문장


좋은 시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쓸데없는 것”을 비워낸 정신이다. 바로 이러한 비움이 정신을 욕망에서 해방하고 시간에 깊이를 준다. 시간의 깊이는 모든 순간을 온 존재와, 그 향기로운 영원성과 결합한다. 시간을 극도로 무상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욕망이다. 욕망으로 인해 정신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구 내달리는 것이다. 정신이 가만히 서 있을 때, 정신이 자기 안에 편안히 머물러 있을 때, 좋은 시간이 생겨난다.

_한병철,『시간의 향기』(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3) 중에서


저는 그럼 낮잠부터 자겠습니다. 집 나간 정신 좀 찾으러 다녀오겠습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한병철교수 #시간의향기  #오늘의질문 #문학과지성사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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