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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저스트 키딩

농담의 폭력성과 위로 그리고 정용준

오늘의 문장은 정용준 소설가의 신간, 『저스트 키딩』(마음산책,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소설小說은 작은 이야기다. 그 말이 좋고, 뜻은 더 좋고, 글자의 모양과 생김새는 더 더 더 좋다. 내게도 '짧고 작은 이야기책'이 생겼다. 앞으로 기분이 좋을 예정이다. 가끔, 문득, 불쑥, 자주, 행복할 것이다. 뿌듯한 마음으로 스페이스바를 누르고 경쾌하게 엔터키를 누를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백스페이스키를 눌러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글쓴이가 되고 싶다. 이제 더는 소설이 좋다느니 소설을 계속 쓰겠다느니 같은 다짐과 결심은 하지 않을 테다. 다짐 없어도 살고 결심하지 않고도 쓰는 이 삶이 내게 읽을 것과 쓸 것을 계속 줄 것을 알고 있으니까.

_「작가의 말」 중에서

정용준 작가님의 글을 볼 때마다 '시'를 쓰셔도 참 잘 쓰실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작가 소개에 '시를 사랑하지만 소설을 쓴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하셨고, 그 뒤에 이어지는 작가 소개는 시인의 말 같습니다. 도서관 초창기에는 책 추천을 들뜬 마음에 신나게 해 주다가 요즘에는 요청하시는 분에게만 해 드리고 있습니다. 주로 청소년인 경우가 많고, '성장 소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책을 한 권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청소년들에게는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추천하곤 합니다. 도서관에는 작가님이 쓰신 동화 『아빠는 일곱 살 때 안 힘들었어요?』와 소설 『내가 말하고 있잖아』, 『유령』, 『선릉 산책』을 소장하고 있어서 반납할 때마다 순서대로 소개하는 중입니다.


행복할 것이란 말, 계속 쓰겠다느니 같은 다짐과 결심은 하지 않을 거란 말, 다짐 없어도 살고 결심하지 않고도 쓰는 이 삶이 자신에게 읽을 것과 쓸 것을 계속 줄 것이란 말에 공감하며 이런 삶은 얼마나 무해하고 아름다울까, 잠시 동경했습니다.


 "죗값. 당신이 지은 죄는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닙니다. 형량은 그렇게 나왔겠지만 절대로 아닙니다. 그 사람은 존재 자체가 파괴됐거든요. 당신과 당신을 닮은 자들이 그 사람을 끈질기게 물고 또 물었죠. 상처 난 곳에 이빨을 박아 넣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피가 흐르면 낄낄거리고 핥아대며 좋아했죠. 그냥 한번 살짝 깨물었을 뿐이라고 다들 주장하겠지요. 그러니까 내 책임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숨이 끊어져 결국 쓰러졌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_「저스트 키딩」 중에서


아이, 청소년, 어른 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정색할 때가 아주 가끔 있습니다. 어떤 행위나 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는데, 오히려 더 즐기며 할 때, 멈추지 않을 때 저는 화를 냅니다.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나가달라고 말씀드립니다. 보통은 "그냥 농담인데요"라고 말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건 그냥 '폭력'입니다. '저스트 키딩', "그냥 농담이야."로 시작하는 말과 행동으로 어떤 사람은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이유가 없는 괴롭힘은 농담도, 장난도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구석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위로를 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은 이야기들입니다. 이런 책은 한 권 구매해서 읽고, 또 읽어도 좋겠습니다. 마음산책도 책을 참 잘 만들어요. 정지돈 소설가의 짧은 소설도 펼쳐봐야겠습니다.


도서관은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쉽니다. 푹 쉬고 돌아오겠습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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