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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지나간 일과 아픔과 위로 그리고 허수경 시인

오늘의 문장은 '당신'이란 말이 잘 어울리는 허수경 시인의 소중한 시집, 『혼자 가는 먼 집』(문학과지성사, 1992)에서 가져왔습니다.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꿈 같은가 현세의 거친 들에서 그리 예쁜 일이라니


 나 돌이켜 가고 싶진 않았다네 진저리치며 악을 쓰며 가라 아주 가버리라 바둥거리며 그러나 다정의 화냥을 다해

 온전히 미쳐 날뛰었던 날들에 대한 그리움 등꽃 재재거리던 그 밤 폭풍우의 밤을 향해


 나 시간과 몸을 다해 기어가네 왜 지나간 일은 지나갈 일을 고행케 하는가 왜 암암적벽 시커먼 바위 그늘 예쁜 건 당신인가 당신뿐인가


 인왕제색커든 아주 가버려 꿈 같지도 않게 가버릴 수 있을까,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내 몸이 마음처럼 아픈가


_「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전문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니야."라는 말이 모든 일에 적용되진 않을 것입니다.

어떤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픈 일도 있습니다. 기록을 남기는 일은 어쩌면 어떤 시절의 나를 잠시 보호하려고 묶어두고 오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과거의 나를 위로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어떤 시절에 머물러 있는 자신과 마주하고 묶었던 끈을 풀어주고 보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지나간 일을 생각하면 내 몸이 마음처럼 아픈가'

시인의 독백 같은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픔을 외면하고 이겨낼 순 없습니다. 아픔을 느껴야 치료할 수 있고, 소독이라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문학의 밤 주제는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던 작년에 팬데믹 시절에 정한 것입니다. 갑자기 팬데믹이 종식될 줄 몰랐기에 팬데믹 시절의 내가 너무 멀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방치해 두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확실하게 끌어안아 주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미래의 나에게도 좋을 것입니다.

2023 칭다오 문학의 밤

 지독한 시절을 견딘 나를 위로할 자격이 적어도 우리에겐 충분히 있는 거 같습니다. 이번 문학의 밤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참가해 보세요. 글쓰기가 자신을 돌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명이라도 깨닫는다면 저는 이번 대회는 성공했다고 볼 겁니다.


 문학의 밤은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이방인으로 살다가 떠날 이방인 청소년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이방인의 삶을 글쓰기로 승화시킬 수 있게 안내하는 '문' 역할을 하기 위해 개최하고 있습니다. 몇 회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문을 통과한 친구들 중에 작가가 탄생한다면 그것으로 정말 족합니다.


 여기 '문'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은 이 문을 여시고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시겠습니까?

문 열기 전에 과거의 자신과 멋지게 작별 인사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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