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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는

작은 존재, 이타적인 삶

오늘의 질문


하늘이 정말 파랗습니다. 날씨도 제법 선선하고요. 조용히 집에 있으니 잠도 솔솔 오는 걸 보니 영락없는 가을입니다. 너무 높고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보면 지구상에서 내가 참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광활한 우주 가운데,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인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사람이 책임질 수 없는 결정을 하지 않고, 나라는 사람이 남의 영역까지 침범해도 될 만큼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내가 사는 시대를 넘어서 다음 세대의 자원까지 침범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브레이크 역할도 하게 되고요.


나라는 사람은 우주나 지구까지 갈 필요도 없이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면,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납니다. 지지 않아도 되는 책임에 대한 중압감에 눌려 위대한 걸음을 걷기 위해 망설이는 시간에 그냥 무엇이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세상에는 너무 위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위대한 사람들은 위대한 일을 하면 되는 것이고, 저처럼 보잘것없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면 될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안경 코 받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쓴 적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아주 작은 부품이지만 없으면 거슬리는, 그냥 딱 안경 코 받침 같은.


오늘의 질문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나는 얼마나 작은 존재일까?”입니다.


머무는 문장


 안경 코 받침이 없는 채로 몇 시간 지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코 받침이 없다는 걸 인식하고 나니 거슬리기 시작했다. 없으나 마나 한 건 아무것도 없다. 다 있어야 하니까 세상에 나온 거겠지. 안경 코 받침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티는 안 나지만 꼭 필요한 사람. 되도록 작았으면 좋겠다. 지나치게 생색내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면서 사회가 제 기능을 하도록 지탱해 주는 아주 작은 안경 코받침 같은 사람. 거대한 바다다 강물 같은 사람이 아닌, 퐁퐁퐁 나오는 샘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_칭다오에 사는 이방인,『경계인으로 살아가는 그대에게』(브런치북, 2021)* 중에서

*전문 : https://brunch.co.kr/@kunhee0606/4


이번 문학의 밤은 기획팀을 비롯한 청소년 서포터즈에 많은 부분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오늘 기획팀 모임에서 지나친 부담감을 가지지 말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기회를 주는 것뿐이지 이번 행사로 어떤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까지 우리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문학의 밤에 참가하고 수상을 해도 어떤 사람에겐 그저 그런 추억을 남을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겐 삶의 방향에 영향을 주는 행사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고, 소화하고, 평가하는 건 음식을 먹는 사람의 몫이지, 셰프의 몫은 아닐 겁니다. 다만, 우리에게 최선이 있다면 최대한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도록 건강한 재료와 안전한 조리법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것이겠지요.


도서관이라는 플랫폼에서 마음껏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행사를 진행하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최선은 안전한 샌드박스가 되는 것, 즐겨보세요. 학창 시절이 제일 바쁘다고 생각하겠지만, 앞으론 더 바빠질 일만 남았습니다. 적어도 어떤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바쁘고, 또 바쁠 거예요. 그러니 학창 시절에 좋았던 추억으로 살아갈 수 있게, 좋은 추억 하나는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우리가 실패한다고 지구가 망하진 않습니다.


덧, 오늘 중국 시간 저녁 7시에 노벨문학상 발표가 있을 예정인데요. ‘찬쉐’나 ‘앤 카슨’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언젠가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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