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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2023 노벨문학상과 욘 포세

오늘의 문장은 2023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보트하우스』(홍재웅 옮김, 새움, 2020, 전자책)에서 가져왔습니다.          

 나는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불안감이 엄습하여 나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이 불안감이 엄습해 온 것은 바로 지난여름이었다. 나는 적어도 10년은 보지 못했던 크누텐과 다시 마주쳤다. 크누텐과 나, 우리는 늘 함께였다. 내게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불안 증세로 내 왼팔, 내 손가락이 쑤신다. 난 더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다.


_전자책, 14~15p


작년에 아니 에르노 책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확보했는데, 이번엔 실패했습니다. 삼일문고 대표님이 게시물에 남긴 말처럼 한국에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라 애초에 재고가 부족했던 탓과 저처럼 궁금해하는 서점인이나 독자들이 많은 탓이겠지요.


북센이나 문학동네 직거래는 거래 확인 등 시간이 조금 걸려서 알라딘에서 바로 주문했는데, 10월 10일 출고로 나와 밀리의 서재에서 작가 이름을 검색해 봤습니다. 감사하게도 새움에서 나온 책은 있어서 맛만 보려고 『보트하우스』를 읽기 시작했다가 몰입해서 끝까지 완독했습니다.


1. 미끄러진 일상과 시적인 언어


읽는 내내 한 편의 장시를 보는 기분이었고, 자연스럽게 랑그바드 마야의 『그 여자는 화가 난다』(난다, 2022)가 생각났습니다. 반복되는 언어 속에 일어나는 변주들. 일상의 미끄러짐과 서사의 인력에 미끄러져 빨려 들어가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평범한 일상은 반복되는 작은 균열로 완전히 무너질 수 있습니다. 방과 발코니 사이 유리가 미세한 파동의 반복으로 균열이 일어난 것처럼요. 과거에 어떤 순간이 현재에 만난 불안 요소에 더해져 가속도가 생겨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리는 일, 반복해서 그 일이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김승섭 교수님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평범한 사람에게도 올 수 있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삶의 주도권을 놓아 버리는 일이요. 소설의 초반부에선 이석원 작가님의 『2인조』(달, 2020)도 생각났습니다.


2. 관계와 관능과 의심


'관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물들의 심리를 교차해서 보여주며 의심이 어떤 관능을 불러일으키는지, 그 파장은 얼마나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키는지, 관계의 악순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밀리의 서재 한 줄 리뷰에 "생각은 쉽게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그것이 의심이나 오해라면 가속도가 붙는다."라고 남겼습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 의심하는 말을 뱉을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몇 번의 다리만 건너면 사실이 됩니다. 그 사실에 덧입혀진 오해의 당사자가 그냥 그 오해의 옷을 입어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사람의 본능 중에 '관능'은 가장 쉽게 자극받을 수 있고, 흔들리기 쉬운 것입니다. 도를 닦는 종교인도 예외는 아니기에 늘 조심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욘 포세는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일상을 '관능'으로 비틀어 버립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이 생각났습니다.


상을 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한국에 수많은 작가들이 아직 해외에 잘 안 알려져 있듯이, 외국에 수많은 작가들 역시 한국에 잘 안 알려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즐거운 일입니다. 고인 물과 관계인 사람들과 고인 물처럼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일상인데, 책과의 대화는 1989년도에 발표된 작품을 보면서도 세상 신선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 일입니까?


욘 폰세와 눈이 밝은 출판사 모두 축하드립니다.


아내가 제가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2시에나 자겠네"라고 했는데, 아내 말이 맞습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옮긴이의 말에 공감 200%


두 글자 평 : 쩔어(소설에 나오는 말)


#새움 #새움출판사 #욘포세 #보트하우스 #2023노벨문학상 #오늘의문장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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