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자유의 충돌
오늘의 질문
어제 '촉진하는 밤'을 읽고 있는데 '00 하는 밤'을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어떤 시집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서 독서 노트를 살펴봤습니다. 김연숙 시인의 『눈부신 꽝』(문학동네, 2015)에 수록된 「발효하는 밤」이었습니다. '발효하다' 라는 동사를 국어사전에서 검색해 봤습니다.
발효하다 1 發效하다
(동사) 조약, 법, 공문서 따위의 효력이 나타나다. 또는 그 효력을 나타내다.
발효-하다 2 醱酵하다
(동사) 화학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여 알코올류, 유기산류, 이산화 탄소 따위가 생기다. 좁은 뜻으로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이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일을 이른다. 술, 된장, 간장, 치즈 따위를 만드는 데에 쓴다.
(표준국어대사전)
무언가 에너지를 얻는 일, 그것은 어떤 존재가 자신의 효력을 다할 때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둘 다 생산적인 일 같아서 좋았습니다.
오늘 도서관에 와서 일력을 넘기니
'종사하다'라는 동사가 나옵니다.
從事하다, '어떤 일에 마음과 힘을 다하다. 어떤 일을 일삼아서 하다'
어딘가 무거운 구석이 있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시 한번 검색해 봤습니다.
종사하다 6 縱肆하다
(동사) 하고 싶은 대로 하다(표준국어대사전)
촉진하고, 발효하고, 종사하는 일,
시작하여 진행하고 마침표를 찍는 일.
아침에 새롭게 태어난 저는 이렇게 1시간째 국어사전이나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의 깊은 맛에 혼자서 감탄합니다.
똑같은 말의 다른 뜻의 동사처럼, 비슷한 듯 다른 우리가 섞여서 살아갑니다. 그저 다름을 인정하는 일 외에는 다른 길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렇게 글도 길어지고 국어사전이나 보는 이유는 아마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잠깐 외면하고 싶은 마음도 작용한 거 같습니다.
마담 롤랑이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이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자유가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 매일 아침 뉴스를 통해 지켜보는 중입니다.
오늘의 질문은 롤랑의 말을 빌리겠습니다.
"오! 자유여, 그대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죄를 범할 것인가!"입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해할 자유 따윈 허락되지 않을 겁니다.
머무는 문장
한밤이 익어하고 있었다
과일 향기 내뿜으며 발효하고 있었다
나일의 밤 속으로 낙하하던 야광의 새들처럼
어둠 속의 외눈으로 누군가 명중시킨
내 시간의 표적들
불안하게 서성이던 이방인의 심장 위에
하얀 꽃들 황홀하게 시들어가던
먼먼 강가의 그 때
나는 이방인이었다
_김연숙, 「발효하는 밤」 중에서
얼마나 자주 위를 올려다봐야
한 인간은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한 인간은 사람들 울음소릴 들을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죽음을 겪어야 한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어버렸다는 걸 알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나의 친구여, 바람 속에 불어오고 있지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네
_밥 딜런, 「불어오는 바람 속에」『밥 딜런 시선집 3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대경, 황유원 옮김, 문학동네, 2017) 중에서
대답은 정말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을까요?
도서관은 오늘 오후 7시까지 개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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