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
오늘의 질문
아내와 저는 사고방식과 성격 차이가 큽니다. 다만 바라보는 방향과 가치관이 거의 일치합니다. 목적지가 같다는 말입니다. 이병률 시인님이 칭다오 어느 학교 학생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졸업을 앞둔 친구 둘이 여행을 떠난다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시인님은 “같이 가는 여행이지만, 여행지에서는 각자의 시간도 보내보세요.”라고 함께하지만 각자일 수도 있는 여행을 추천했습니다.
어떤 관계라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 형성되는 것이기에 각자의 자아를 살피지 않으면 결국 관계는 내부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이도 마찬가지겠고요.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동료일 것이고, 슬픔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친구일 것입니다. 그리고 제 기준으로 기꺼이 질 수 있다면 사랑하는 연인일 것이고, 끝까지 질 수 있다면, 붙잡아야 하는 사람, 끝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T로 전환이 가능한 F인 아내와 F인척할 수 있는 극 T인 제가 만나 사랑과 싸움과 사죄와 용서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가는 방향은 같으니, 경로변경도 가능합니다.
오늘은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입니다.
아침에 한인타운식 생일상을 차려줬고, 준서가 염증 치료 때문에 어린이집을 못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중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했고, 가족이라는 관계를 만들었고, 그사이에 준서 태어났고, 곧 둘째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의 결실로 생긴 아이들과의 관계에는 ‘책임’이 생깁니다. 끝까지, 오래도록 책임지고 싶습니다.
가을은 이별도 많이 하고 사랑도 많이 하는 계절입니다. 자신을 소유하려고 하는 사람과는 결국 이별하게 되거나 일방적인 관계나 책임에 묶인 관계가 될 것입니다. 그저 이 세상을 사는 동안 잠시 곁에 머물다 가시길, 가는 동안 힘껏 사랑하시길.
오늘의 질문은 ”사랑이 끝난 다음엔 무엇이 남을까요?“입니다.
머무는 문장
사랑은 한 사람과 한 사람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 덩어리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각자의 이야기일 뿐이고
그래서 슬프고 충분히 쓸쓸하다.
_이병률,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달, 2022) 중에서
소중할수록 빈자리는 크겠지만,
언젠가 그 슬프고 충분히 쓸쓸한 시간을 견뎌야만 할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관계에는 종점이 있으니. 부디 미래에 올 슬픔보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랑이 주는 기쁨을 더 많이 누리시길.
도서관은 오늘 정기 휴관일입니다.
금주 금요일과 토요일은 외부 행사가 있어서 단축 개관합니다.
#그리고행복하다는소식을들었습니다 #이병률시인 #달출판사 #사랑 #오늘의질문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