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과 가능 그리고 신경숙과 요가 2023.09.09.
오늘의 문장은 신경숙 작가가 소설 쓰기 다음으로 오래 해온 일, 신경숙 작가의 요가 에세이, 『요가 다녀왔습니다』(달, 2022)에서 가져왔습니다.
어쩌면 나에겐 하누만 아사나란 자세가 체형적으로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겠으나 나는 이거밖에는 안 된다고 미리 생각하고 거기에 늘 멈추었다. 그 한계를 넘어가려면 수축된 근육이 이완되는 통증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한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야, 생각하며 멈췄다. 언제나 거기에 멈추어 있다 보니 세월과 함께 점점 멈추는 시점이 빨라졌다.
한계를 넘어가보려 하지 않았던 사람 앞에 당도한 당연한 현실이다.
-「한계를 넘어가봐야 했을까」 중에서
살면서 한계를 미리 정해놓고 멈춰버린 것이 한두 개가 아닐 것입니다. 당연히 그 멈춰버린 시절을 바라볼 때 후회가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요. 그렇게 '못 하는 일'과 '안 하는 일' 사이, 애매하게 걸쳐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나는 다시 테니스를 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팔꿈치에 남은 애꿎은 흉터만 바라봅니다.
못 하는 일보단, 안 하는 일이 더 많을 겁니다. 해보지 않고 하지 않는 일은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일 테니까요. 글로 남기지 않으면 사라져 버리는 매일의 질문들, 그에 대한 대답들, 궁금한 것도, 잡생각도 많은 제가 일단 다시 시작한 일은 질문과 문장을 남기는 일입니다. 이렇게 안으로 파고들다 보면 제가 안에서 걸어 잠근 여러 문들을 발견하게 되겠지요. 이 책을 주신 이병률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안으로 멀리 뛰기'입니다. 결핍을 숨기지 않고, 느끼는 것. 거기서부터 시작된 생기가 저를 움직이게 할 것입니다.
번화한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스스로 닫은 문은 열면서, 질문과 문장을 따라서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렵니다. 처음엔 DG게 아프겠지만, 맷집도 생기겠지요.
벌써 백로까지 지났네요. 시간이 참 빠릅니다. 질문을 얻으려면 또 책을 봐야겠지요. 책 속에서 질문을 얻으며 가을을 즐기시길 바랍니다. 내일은 오전에 운영위원회가 있고, 도서관은 오후 2시에 개관합니다. 청소년 북클럽 소란도 내일 오랜만에 모입니다. 평안한 밤 보내시고, 내일 뵈어요.
덧, 2019년에 9년 만에 만난 대학 교수님이 하루도 빠짐없이 요가하고 있다고 하셨었는데,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시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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