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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채움과 비움 사이 적당함

오래된 물건과 정리와 애착 그리고 은희경

오늘의 질문


도서관은 5500권~6,000권만 소장하려고 6개월에 한 번은 과감하게 책을 비우는 중입니다. 과감하게 비우는 이유는 5년 동안 계속 폐기하고 있어서  쉽게 비울 수 있는 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가의 80% 정도 책이 있을 때 가장 보기 좋은 거 같습니다. 오전엔 학교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어린이들이 쉬는 시간에 좋은 공간에서 책을 대출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더 적극적으로 돕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공간이 마찬가지겠지만, 정리는 비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도서관 정리는 비우고, 진열하고, 채우는 일로 나눌 수 있겠지만, 서지 입력 등 복잡한 과정들이 많습니다. 도움이 많이 필요한 일이고요. 사서 선생님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다가 힘껏 응원해 드리고 왔습니다.

새로 이전한 칭다오청운한국학교와 도서관


삶도 어찌 보면 비우고 진열하고 채우는 일의 연속 같습니다. 어떤 물건이나 감정은 지나치게 많은 사연이 담겨 있어 버리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오늘의 질문은, "채움과 비움 사이에서 어떻게 '적당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입니다.


머무는 문장

 불편함을 자청하는 순간 우리는 합리적 매뉴얼에서 벗어나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가 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실용과 보편을 따르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가성비를 따지며 살 수밖에 없지만 어쩌다 불필요한 선택을 할 때 그것은 실용성과 효율이 아닌 다양성의 문제가 되며...... 또 그렇게 되면, 모두 알다시피 다양성 앞에서 옳고 그름은 당연히 성립되지 않으므로,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우리는 사람과의 관계든 물건이든 필요한지 아닌지로 나누기 십상인데, 그 윗단계에는 '그냥'이라는 경지가 있다, 고 주장해본다.

_은희경,「왜 필요하냐는 질문은 사절」『또 못 버린 물건들』(난다, 2023)


은희경 선생님 산문집은 정말 짱이고요. 판매용 책은 한 권 남았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가성비와 효율성만으로 살 수 있을까요? 우리의 미련한(당시엔 엄청 현명했을) 사치는 다름 아닌 '낭만'일 겁니다. '물건을 쌓아두면 넓은 집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되어 개인의 성장과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고...' 자기합리화 좀 하면 어때요, 다 내돈내산이거나 내가 선택하고 감당할 것들인데.  


 '적당함'은 오직 자신만이 정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남 눈치 보지 마시고요. 마음껏 사고 버리시길. 버릴 땐 환경도 조금 생각해 주시길 바랍니다.


 도서관은 오후 7시까지 개관합니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진 무인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고 방문해 주세요. 청소년 자원봉사자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자리만 지켜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도서관에 있는 판매용 책은 조만간 문학의 밤 상금 마련 바자회로 완판해야겠습니다. 비워야 다른 책을 들여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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