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심과 생색과 온유 그리고 고찬근 신부
오늘의 질문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경계했던 단어가 있다면 '선심'과 '생색'입니다. 선심이란 마음을 '쓰다'라는 동사에 실어 보내면 어쩐지 '생색'을 내는 사람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무료로 운영하되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운 이유도 선심을 쓴다는 것을 강조하면 결국 생색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남은 문제는 '포용 범위'입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지만,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는지, 문턱이 낮은 도서관이라면 어떤 사람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저의 고민은 결국 '온유한 사랑'과 닿아있습니다.
제가 믿고 따르는 분이 '온유한 사랑의 끝판왕'이기에 저도 그 사랑을 본받으려고 합니다. 받은 사랑이 있으니 마땅히 전할 사랑도 있는 것이겠고요.
오늘의 질문은 "나의 사랑은 온유한가?"입니다.
선심을 쓴다고 느껴지지 않게, 생색내지 않게, 잔잔하고 온유하게 사랑이 흐르면 좋겠습니다.
머무는 문장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은 어떤 처지에서든 떳떳하고 자유롭습니다. 양심 앞에 부끄러운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개방적인 사람도 자유롭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람과 사물에 대해서 긍정적인 사고를 합니다. 또, 용서하는 사람은 자유롭습니다. 미움과 원한,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고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자유롭습니까? 자유는 우리가 불편해하는 것들을 태워버릴 수 있으며, 우리가 마음에 들어하는 좋은 곳으로 뿌리를 뻗어나가게 합니다.
_고찬근, 『우리의 사랑은 온유한가』(달, 2021), 37p.
고찬근 신부의 글을 좋아합니다. 부드러우면서 강직한 그의 글에는 '온유'의 미덕이 느껴집니다. '분노'라는 감정은 모든 것을 태워버립니다. 결국 분노의 대상을 확장시키고, 분노의 불길 역시 커지게 만듭니다. 반면에 온유한 사랑은 우리를 용서와 자유의 길로 인도합니다. 다만, 용서는 오직 피해를 본 쪽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는 건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나의 사랑이 온유하다면, 우리의 사랑이 온유하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겠지요. 지금 세상에 가장 필요한 사랑이기도 합니다.
날이 좋아서 다행입니다. 한인 주간 축제 오늘 마지막 날입니다. 저도 저녁엔 잠깐 방문할 예정이라 오늘은 도서관 1시간 일찍 문 닫겠습니다.
오후 5시까지 방문해 주시고, 저녁엔 맛난 거 먹으면서 청소년들의 문화활동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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