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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나의 고통은 진실하나

시에는 나보다 슬픈 사람이 있다, 언제나

오늘의 문장은 어둠 속에 빛나는 별 같이 문장으로 남은 고 허수경 시인의 5주기 기념 시선집,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가져왔습니다.

나의 고통은 진실하나 타인의 고통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어느 시집이든 시를 펼친 사람이라면 시가 기필코 나보다 더 아프고, 나보다 더 초라하며, 나보다 더 울적한 데다 심술궂기도 함을 믿게 된다.

_배수연 시인이 고른 허수경 시인의 시 「유리걸식」 추천사 중에서


시를 너무 늦게 알아서, 시인이 너무 많이 떠나서 느끼는 아쉬움과 여전히 시인이 많아서 느끼는 안도감이 동시에 오는 가을입니다. 어느 순간 처음 읽는 시인의 시집을 읽을 때마다 그 시인의 생사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두운 무덤을 파는 일은 곧 빛의 일이기도 했겠지요. 이방의 땅에서 살아가는 일은 어둠 가운데 있는 일이었겠지요. 그 속에서 자란 문장들이 시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반짝이고 있습니다.

별이 유난히 잘 보이는 날엔 하늘이 평소보다 더 어둡습니다.

어두움이 있어야 밝은 것들이 있습니다. 어쩌다 보니 문학의 밤 글쓰기 격려 글로 오늘의 문장을 마무리하는 중입니다. 여러분에게 팬데믹 시절이 어두움이라면, 이제 여러분은 충분히  빛날 수 있는 조건을 갖췄습니다. 그 어두운 시절을 검은 도화지 삼아 반짝이는 글을 써 보시길 바랍니다. 깊은 고독을 느낀 우리는, 빛날 수 있습니다.


시를 왜 읽냐고 물어본다면, 저 역시 ‘저보다 불쌍한 사람이 시에 있어서요’,라고 답할 것입니다.


#빛속에서이룰수없는일은얼마나많았던가 #문학과지성사 #허수경시인 #배수연시인 #유리걸식 #오늘의문장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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