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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몹시 그립습니다

허수경이 사랑한 시

오늘의 문장은 허수경이 사랑한 시,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난다, 2020)에서 가져왔습니다.  


 아마도 이 글은 이런 시와 이런 시인들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사랑 고백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들의 시를 읽을 수 있는 영광의 시간에 대한 찬가이기도 할 것입니다. 특히나 저는 우리 젊은 시인들을 참 좋아합니다. 제가 썼던, 혹은 쓰는 시와는 전혀 다른 시를 쓰는 비범한 시인들이 많아서 행복합니다.


 제가 살던 곳, 벗들이 있는 곳...... 그곳의 많은 선배, 더 많은 후배.


몹시 그립습니다.  


_「시인의 말」 중에서



"2009년 1월 19일부터 한국일보 <시로 여는 아침>의 연재를 맡게 된 시인이 그 시작에 앞서 담당 기자에게 적어 보낸 글의 일부를 이 자리를 빌려 가져왔다(7p 각주)"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재 가운데 시인들의 시 50편에 관한 이야기를 토대로 꾸린 이 책은 난다서포터즈 2기로 활동할 때 송원경 편집자님의 정성 어린 편지와 함께 받은 책입니다.

이 책의 판권을 보며 겨우 3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과 변화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요. 이 책 덕분에 입고한 시집이 꽤 많다는 것도 생각났습니다. 밥 딜런의 노래는 팬데믹 기간 동안 위로가 되었고, 황학주 시인의 시는 참 좋았습니다. 안도현, 최하림, 이병률 시인의 시와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릴케의 시까지, 아마 지금 유일하게 구독해서 보고 있는 농민일보-살면서 농민일보를 구독할 줄이야-에 연재 중인 이문재 시인과 이병률 시인의 글을 열심히 보는 이유도 이 책과 닮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방인, 철저하게 이방인이었던 시인의 글은 이따금 향수에 취하게 만드는데, 이 책은 시작부터 그랬습니다. '살던 곳', '있는 곳', '선배', '후배', '몹시', '그리움', 이런 단어는 그리움의 언덕길을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게 만듭니다. 젊은 시인들을 좋아하셨으니, 이번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기념 시집도 좋아하시길 거 같습니다.


시인님의 세대에 기형도가 있고, 진이정이라는 벗이 있었다면, 저희 세대에는 정말 많은 시인이 있습니다. 시인의 세계 망하지 않은 거 같아요. 이렇게 시 쓰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며칠 전에 읽은 이병률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어찌 사는가

방에 불은 들어오는가

쌀은 안 떨어졌는가"(이병률, 「시인들」 중에서)


망원동 근사한 책방에서 초연하게 대화하던 시인과 친구들의 대화도 생각납니다.

"이것저것 다 빼면 10만 원으로 살아야지."

갑자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배고픔 따위에 지지 않는 시인들과 같은 시대에 살아서 영광이에요.

시집 값은 12,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시인님.

냉면값은 더 오른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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