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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무기력은 일종의 침목이다.

인간과 관계 그리고 비비언 고닉

오늘의 문장은 힘겨운 진실을 마주하고 스스로의 삶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며 건져낸 타인, 관계, 감정, 삶에 대한 진득한 통찰이 담긴 비비언 고닉의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서제인옮김, 바다출판사, 2022)에서 가져왔습니다.

무기력은 일종의 침묵이다. 침묵은 공허함이 된다. 사람은 공허함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 그 압박감은 끔찍하고, 사실 참기 힘들며, 견뎌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압박감을 견디다 보면 사람은 폭발하거나 무뎌지고 만다. 무뎌진다는 것은 슬픔 속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_p.216


20대 어떤 시절에는 '나 혼자' 살 수 있다고 믿었던 적도 있습니다. 30대 어떤 시절에는 '남들 도움 받지 않고 살 수 있겠다'는 마음을 품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럼나 지금은, 이제는 압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사실을요. 병원에서 당직을 서는 의사나 간호사 선생님들을 볼 때,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순찰하는 보안 직원을 만날 때, 일상을 살아가는 순간순간마다 '나'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기는 사람들은 더 많겠지요. 지금도 어딘가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출동하려고 대기 중인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팬데믹 시절에 격리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것 중 하나가 '무료함'이었습니다.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무료함은 곧 무기력함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그러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무뎌진' 사람들도 많았죠. "아, 또 격리하려고 하는구나, 식량을 구해야지." 팬데믹 때 '불안을 감지하는 예감'은 확실히 늘어난 거 같습니다.


각설하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내가 도움받기 싫어도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생활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고독한 시간을 잘 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고마움과 미안함과 같은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칭다오를 떠나 전주로 가신 선생님이 선물해 주신 책 덕분에 '비비언 고닉'의 문장을 만났습니다. 언제나 힘이 되는 우주의 누님, 감사합니다. 전주 물결서사의 도장까지 반가운 책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에세이는 솔직함이 무기가 되는 거 같습니다. 문학의 밤 에세이 쓰고 있는 친구들도 힘내시길.

내일은 오전 10시에 개관합니다. 안온한 밤 보내세요.

제3회 칭다오 경향도서관 문학상 신청 마감은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버스 떠나기 전에 탑승하시길.


#비비언고닉 #아무도지켜보지않지만모두가공연을한다#바다출판사#서제인옮김 #오늘의문장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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