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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시 한편 외우고 다니는 북쪽 사람들

북쪽과 우리 사이에 문학이 있다

오늘의 문장은 이병률 시인의 농민일보 칼럼에서 가져왔습니다.

기사 링크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0712500754

일본 출장길에 우연히 한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특별했습니다. 이분이 일본인도 재일교포도 아닌 조선인이어서였습니다. 이분은 그래서 북한에 여러번 다녀올 일도 있었습니다.


더 특별한 것은 시인이라고 나를 소개했더니 북한에서 코로나19 시절 직전에 청년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노래를 즐겨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은 시를 한편씩 낭송한다고 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시를 낭송한다고요?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시가 윤동주 시인의 시라고 했습니다.

(중략)

북쪽에서는 돌아가면서 노래를 청해 듣는 문화가 여전한가 봅니다. 오래전에는 우리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시라면, 우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외우는 시가 없을 것이며 외우는 시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은 술자리의 분위기를 망쳐놓는 사람으로 밀려날 것입니다.

_이병률 시인, 농민신문 “[시인의 詩 읽기] 시 한편 외우고 다니는 북쪽사람들” 중에서

(기사 링크 : https://www.nongmin.com/article/20230712500754)


여러 가지 이유로 올해부터 민주평통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만찬장에서 육사의 시를 건배사로 낭독하는 분이 계셨는데, 지난여름에 이병률 시인님이 쓰신 칼럼이 생각났습니다. 육사의 어떤 시를 낭독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멋있었습니다. 분위기를 망쳐놓지도, 주책 같아 보이지도 않고, 그냥 멋졌습니다. 목소리가 워낙 좋으셨고요. 평화통일, 북쪽, 육사, 시 이런 단어의 조합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라 백산수 마시면서도 무르익은 분위기에 잠시 취했습니다.


예전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고려인 2세대 할아버지 가정에 경사가 났었는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축배를 제안하며 시를 노래처럼 낭독하셨는데, 그때 이후로 책이 없는 자리에서 시를 듣기는 처음인 거 같습니다.


북쪽에 여행이 가능해지는 날이 오면 백석의 시를 낭독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그들의 억양으로요.


공유할 수 있는 시가 있어 다행입니다.

동북 쪽에도 시를 낭독하는 문화가 남아있는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부끄러움을 알던 윤동주 시인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미덕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제3회 칭다오 경향도서관 문학상 마감, 44시간 남았습니다. 마감의 힘을 믿고 써보세요. 늦지 않았습니다. 원고를 제출했는데 답장이 없는 친구들은 메일을 잘못 보냈을 거예요.  kunhee0606@naver.com 입니다.


도서관은 내일 오후 2시~6시 개관합니다.

안온한 밤 보내세요.


#농민신문 #이병률시인 #윤동주 #서시 #칭다오 #칭다오경향도서관 #칭다오청양 #오늘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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