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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기록하기, 기록을 기억하기

이태원참사 1주기

오늘 진종일 ‘기억하다’라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오후 3시에 청소년 북클럽 소란(고1~고3), 오후 5시에 인문고전 살롱(중1~중3) 친구들과 연속으로 독서 모임을 했는데, 결국 ‘기록하다’라는 말로 마무리했습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기억이 담긴 기록은 힘이 더 셉니다.

1년 전 대한민국엔 다시 한번 일어나선 안 되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책임‘, ’진실’, ‘상실’, ‘기억’이란 단어를 곱씹으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2016년 4월 세월호 생존학생과 참사로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형제자매가 증언을 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때 참사로 오빠를 잃은 한 여학생이 소극장에서 관객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저희 오빠가 죽은 거잖아요. 여러분들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꼭 용기를 내주세요.“

_ 김승섭,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난다, 2022) 중에서

#김승섭교수 #미래의피해자들은이겼다


슬픔은, 그리고 기억은, 아무리 없애고 싶어도 박혀 있는 것이니까요, 가시처럼.

_황선우, 김혼비,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문학동네, 2023)

#황선우x김혼비 #최선을다하면죽는다 #문학동네


사람들을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신발 사겠다고 들락날락했던 이태원에서, 서 있는 상태로.


혹자는 유가족들이나 추모하는 이들에게 ’그만 잊으라‘고, ‘언제까지 울고 있을 거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가족을, 친구를 잊을 수 있을까요.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너무 말도 안 되게 슬픈 일들이 많이 일어났습니다. 책임지지 않고 버티면 사람들이 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 목숨이 달린 일들에 소홀한 게 아닌가 생각해 보는 밤입니다.


기억은 힘이 셉니다. 왜 기억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기억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게 되고, 책임지지 않으면 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불행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그저 무사히 지나간 하루는 평범한 하루가 아닌 감사한 하루가 됩니다.


대한민국에서 날짜를 기억해야 할 날이 더는 없길 바랍니다. 멈춰버린 시간 속에 있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앞을 향해 가면서도 한 번씩 뒤돌아보는 사람들의 손을 붙잡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_박준,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 2017) 중에서

#박준시인 #운다고달라지는일은아무것도없겠지만 #난다출판사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매년 기록하겠습니다. 얼마나 나아갔는지.

#이태원참사1주기 #잊지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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