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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장_관계의 기쁨과 슬픔

아름다운 마무리에 미련을 남기지 말자 2023.09.08.

오늘의 문장은 공감이 가는 글을 쓰는 장류진 작가의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 2019)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 대화가 잘 통한다고 생각했어요?"
"네."
"음...... 제가 말을 잘하는 게 아닐까요?"
뭐야. 고개를 들었다. 창밖의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그녀의 목소리만 수화기에 남아 울렸다.

-「나의 후쿠오카 가이드」 중에서

 

 균열이 생기다 깨져버린 관계는 어떤 식으로 이어도 후회가 남았던 거 같습니다. 한 번 떠나보낸 사람을 다시 만나면 그 만나는 수만큼의 이별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순간의 감정과 긴 시간의 추억이 우리의 모든 뇌를 마비시키기도 하지만, 한 번 일어나기 시작한 균열을 없던 것으로 만들기란 참 어렵습니다.


 이별이, 균열을 깨버리는 일이 그래도 아름다웠다면, 그 아름다움에 미련을 두진 말아야겠습니다. 짧은 인생이지만, 두 번째 이별까지 아름다운 적은 없었던 거 같습니다. 결혼을 한 뒤론 친함과 친절을 구별하지 못해 오는 곤란함이 있습니다. 나의 친절을 '친함'으로 생각하면 돌아오는 건 대부분 '무례'였습니다. 그렇게 친절을 거두어들이지도 못한 채 애써 참는 관계가 참 많았습니다.


 균열이 예쁘게 간 통창은 집주인이 쿨하게 교체해 주기로 했습니다. 우리 탓이라고 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나, 비용은 얼마나 나올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다행입니다. 균열은 언제나 알 수 없는 곳에서 시작되는 거 같습니다. 끝까지 지키고 싶은 사랑이 있다면 자주 돌아보는 수밖에요. 너무 균열이 많이 가기 전에 핑크퐁 밴드 하나로 균열을 막을 수 있도록.


 가을입니다. 좋아하는 계절이에요. 도서관 2층 창가에 앉아서 멍하게 사시나무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선선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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