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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_자연스럽게 감사하고 싶어요.

감사와 부탁 그리고 이기주 2023.09.12.

오늘의 질문


가끔 인생이 나에게 장난을 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우산도 없이 나온 날 폭우가 갑자기 쏟아질 때,

코감기 약이나 받자고 병원에 방문했는데, 링거까지 맞아야 할 때,

도서관에 가는 그 짧은 길에 모든 신호등이 다 걸릴 때,

이런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면 오늘 일진이 조금 사납구나, 웃을 텐데.

언제나 이런 일은 한꺼번에 일어납니다.


오후 5시 45분에 첫 아아를 마시는 오늘,

그래, 지금까지 내가 꿈을 꾼 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오늘 모든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들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지난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는 많이 변했습니다.

사고와 성격 등,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어 오랜만에 저를 만난 분들은 놀라곤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도움을 구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신세 지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도서관은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혼자 모든 걸 감당하려고 한 적도 있었으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일주일에 1시간 혹은 2시간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청소년, 성인 봉사자님들이 있습니다. 덕분에 저는 오늘같이 인생이 나에게 장난을 거는 것처럼 변수에 변수가 기습할 때도 삶을 유지할 수 있고요.


이제는 그냥 미안해하고 어쩔 줄 몰라하는 것보다,

신세를 지고, 빚을 진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도움을 받을 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감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도움을 구할 수 있을까?"입니다.


머무는 문장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의 총량總量에 관해 고민한다. 다언多言이 실언失言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으려 한다.

_이기주, 「말의 무덤, 언총言塚」『언어의 온도』(말글터, 2016)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이 오늘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 오늘 도착했다면 아마도 상자가 젖었을 거예요. 내일 도착할 예정입니다. 주문하신 분들에겐 내일 오후에 택배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도서관은 7시에 마감합니다.

비가 오네요.

그래, 덤벼라, 인생아.

안전한 귀갓길 되시길.


덧, 수정하기 눌렀다가 삭제해서 다시 올리는 글,

그런 날이 있습니다. 계약 같은 거 하면 안 되는 날.

#이기주 #언어의온도 #말글터 #오늘의질문 #삶 #칭다오 #칭다오청양 #칭다오경향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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